ㅎㅅㅁㄷㅎㅅ2

2019. 4. 3. 00:14 from


 

 

전생의 나에겐, 책임질 동생은 총 네 명이었다. 그 시대엔 일족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를 해주었고, 제발 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죽지 않기를 빌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인술이라면 분명 존재는 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우치하 일족은 공격형 일족이라 해당되지 않았다. 그래서 면역력이 조금이나마 강해질 다섯 살. 혹은 재능이 있으면 세 살. 그 때까지는 일족에서 철저히 보호를 했다.

첫 번째 동생인 이즈나는, 몸도 마음도 여린 아이였다. 내 기준으로 말하자면, 닌자로써는 실격이고, 험난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동생인 만큼 내가 책임을 져 보호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둘째 동생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셋째도, 넷째도 역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같은 아버지를 둔 다른 어미에서 난 자식이라 그런지, 내게 있어 강한 인상은 남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정확히 언제 그들이 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동생은 모두 똑같이 사랑했다. 출신보단 그저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관계라면 언제나 웃어주었다. 어린 동생들의 순수한 미소를 보면 기분이 좋았고, 싸워나갈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그 미소를 보고 웃어주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냉정한 현실은 조금만 방심해도 일족을 역사의 저편으로 몰아붙이고,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즈나도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흐릿해진 기억 속을 더듬어도 떠올려지지 않는 것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넷째 동생은 죽었다는 것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셋째 동생과 같이 나보고 잘 갔다 오라며 반겨주었던 동생이, 싸늘한 주검인 상태로 나를 맞았을 때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이즈나도, 둘째도, 셋째도, 나도 동생의 장례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봐왔지만 혈육이 죽었기에 처음으로 죽음의 실감을 느꼈다. 불에 태워 재로 만들고, 산에 뿌리러 갈 때까지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그제야 다시금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고, 누구나 예외는 없다는 것을.

그 후 현실을 깨달은 나는 시간이 지나 두 번째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셋째 동생은 여자아이였다. 여자닌자도 분명 존재했지만, 몸이 약한 어미아래서 태어난 셋째는 역시 몸이 약해 닌자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땅의 영주의 첩으로 들이기 위해 선택되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지금 생각하면 어떤 의미로 받아 들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이즈나는 셋째와의 이별은 이미 예고되었고, 조금씩 정을 때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즈나에게는 자주 웃어주었지만, 셋째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셋째는 그저 빨리 보고 싶다며 손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둘째 동생은 제법 강했다, 그게 다였다. 제법 강했기 때문에 살아남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나는 그애가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도 몰랐다.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땅에 묻힌 뒤였다. 구슬프게 우는 소리가 며칠이고 들렸다.

그 후 얼마 뒤, 셋째는 영주와의 혼인으로 우치하를 떠났다. 하지만 얼마안가 죽었다라고 소식을 전해 들었었다. 약한 아이여서 죽었구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다른 일족에서도 영주의 첩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고, 그 자리가 우치하가 선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습격을 했다라는 것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야 들었다.

혈육의 죽음을 겪고 난 후, 이즈나만은 내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혹시 이즈나도 죽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이 점차 회복되었다. 그리고 이즈나는

 

꿈은 거기서 끝이 났다. 눈을 뜨고 하얀 천장을 응시하며 이즈나는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이즈나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막막한 기분만 들었다. 식은땀이 이마에 고여 있었다. 손으로 이마를 쓸고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자, 조금은 편안해졌다.

이즈나…….”

처음으로 이즈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즈나의 이름은 전생의 것. 그래서 전생의 것은 절대 부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이즈나의 이름을 부른 것은, 곧 지독한 추억의 기억으로 돌아왔다.

…….”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하얀 천장에 이즈나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것이 환상 비슷한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에는 너무 어린데. 다시 태어났으니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과거는 모두 잊어버리자고 했는데 차례차례 다가온 과거의 것들로 인해 그것이 실패했다.

고아원의 하시라마. 녀석은 전생의 그 하시라마가 맞았다.

그리고 나의 동생. 이즈나.

엄마는 동생을 가졌다. 그것을 안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따라 유독 기뻐보여서 일로 인해 별거중인 아빠가 돌아왔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그 소식은 곧 고아원으로 전해졌고,

하시라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생 이름은 이즈나로 할 거지?’

그러면서 그리운 듯 웃었다.

과거의 것, 두 번째는 이즈나의 이름.

역시 전생의 것.

조금 씁쓸해진다.

 


 

나는 하시라마를 싫어한다.

이 정도의 표현이 가장 순화되고 미화된 표현이다. 싫어한다고 말을 하여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는 가지각색이다. 가령 친구 사이에 나 너 싫어해.’ 하고 말 한다면 대부분 장난으로 넘긴다. 처음엔 줄곧 싫다고 말해왔으나 해를 넘기면서 그만두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게다가 나와 하시라마는, 일단 누가봐도 친구 사이다. 설령 그것을 내가 부정해도 이미 친구 사이라고 찍힌 이상은 그 관계를 철폐하기 어려웠다.

내가 하시라마를 얼마나 싫어 하냐면, 증오에 더 가깝다고 말 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릴 때의 악연이나, 질긴 악연 수준이겠지만, 그것 역시 우리에게는 그 이상의 악연으로 치부된다. 전생의 악연, , 전생의 것전생의 것은 내가 멋대로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지만, 하시라마도 전생의 것에 포함되는 이상 그 순간부터 호의 따위는 사라지기 충분하다.

만약 이 세계가 전쟁 중인 세계라던가, 혹은 시간대가 다른 닌자 세계라면 나는 마음 놓고 하시라마를 죽일 수 있겠지. 전쟁에서 싸워나가던 중 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있고, 인정하긴 싫지만 적의 대장으로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내 상관이라던가, 내 부하라던가, 같은 편으로 만날 가능성도 있고. 물론 어느 쪽이라도 나는 녀석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는 이럴 때마다 혼자 자문하며 답을 구했다. 연습장을 꺼냈다. 온갖 낙서가 가득한 페이지를 넘기고 또박또박 쓰기 시작했다.

나는 왜 녀석을 죽이려 하지?

순간적으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왜 녀석을 싫어하나. 그렇게 묻는다면 할 말은 많다. 녀석은 적이었다. 그리고 나를 죽였다. 그것이 녀석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나를 죽였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과 하시라마의 죽음은 무슨 관계지?

내가 복수하려는 거잖아.

하지만 어떻게?

녀석은 천천히 괴롭혀서.

어떤 식으로?

알게 모르게.

구체적으로는?

녀석과 친구가 되는 척 하면서 마지막에 배신을 할 거야녀석이 완전히 날 믿으면 그때 배신을 해서 녀석이 울부짖는 모습을 볼 거야.

그걸로 만족해?

일단은.

그렇다면 더 괴롭힐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많았다. 신뢰를 주고 마지막 순간에 배신하는 것, 스파이의 기본적인 전술이었다. 그게 커지면 사랑이 되었다. 사랑으로 살아남고 사랑으로 죽어간 사람은 많았다. 서로 사랑하는 닌자 연인이 결국 서로의 사랑을 위해 도망을 간다거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는 떠돌았다. 그것을 가장 하찮게 여긴 것은 나였다. 동시에 그것으로 가장 충격을 먹은 것 역시 나였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기로 했는데.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체 천장을 바라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덕에, 꿈의 뒷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즈나에 관한 이야기. 꿈에서 결말을 짓지 못한 과거.

이즈나는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다.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일족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데, 여자가 우선순위의 첫 번째가 되었다. 그래도 나는 이즈나를 이해했다. 어차피 이즈나는 닌자로써 전장에 나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고, 같은 일족의 여자를 사랑했으니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죽었다센쥬에 의해.

나는 눈을 감고 자문한다.

이즈나의 연인이 죽었어센쥬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동생을 목표로 삼았거든. 그리고 이즈나는 쉽게 당하지 않으니까 이즈나의 연인으로 바꾼 거야그래서 이즈나는 어땠지이즈나는 슬퍼했어. 무척너는?

나도 슬펐어. 이즈나가 괴로워하는 건 싫으니까.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하고 생각 했어.

하지만 넌 죽을 수 없지?

맞아. 난 일족에서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했지?

나는 그애의 슬픔에 같이 슬퍼했고 그애의 분노에 동조했다. 그건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즈나가 울부짖으며 전장에 나서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내가 그애를 위해 나서도 말리지 않았다. 예전부터 우리는 그렇게 살았다. 슬프게도 잃을 수록 눈은 강해졌다. 나는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전생에 집착하고 있었나보다완전한 침묵 속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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