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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ㅁㄷ ㅌㅇㅈ

2019. 6. 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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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ㄷㅇㅈ

2019. 6. 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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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ㄷㄹ+ㅁㄷㄹ

2019. 4. 11. 01:06 from


귀신이 보인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는 묘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는 사륜안을 개안하였느냐 물으셨다. 아직 개안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니 아버지는 턱을 매만지다가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라고 하셨다. 그리 하겠다 대답하고는 문을 밀어 나오니 심드렁한 표정의 귀신이 있었다.

. 내가 뭐랬냐. 아무도 날 못 본다니까?

시끄러!”

막 크게 소리칠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버지 방 앞이라서 차마 큰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러자 그 귀신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푸흐히히아하하하!

뭐가 웃긴거야, 바보.”

뭐가 웃기냐고? -부 웃기거든! 사륜안도 개안하지 못한 꼬맹이에다가, 강하지도 않고, 잘하는 것 하나 없고또 누가 지켜보면 제대로 싸지도 못…….

야아아아아아!!!!”

다른 건 몰라도 누가 지켜보면 제대로 볼일을 못 본다.는 말만큼은 듣기 싫다고! 결국 빽 소리를 지르니 귀신이 잠시 놀란 듯 말을 거두었다. 다만 내 소리에 놀라 아버지가 뛰쳐나오신 것만 빼면 좋았을 거다.

그리고 내 소리에 놀란 것은 비단 아버지 뿐은 아니었던 것인지, 마루를 따라 걸으면 있는 다른 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저번 달에 태어난 동생이었던가?

그것과는 별개로 얼마 전부터 귀신이 보인다는 둥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둥 이상해지기 시작한 내가 걱정됐는지 뛰쳐나온 아버지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며 연신 괜찮냐고 물으셨다. , 괜찮아요, 라고 (성의는 없지만)대답을 하면서도 문득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이런 면이 있었던가. 항상 엄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단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야. 이게 다 저 귀신 때문이잖아.

, 쓸모도 없는 귀신 때문에……

내 딴에는 서러워서 한 말이라지만, 계속 귀신타령을 하는 내 모습에 아버지는 정말로 사륜안 때문에 이상한 것을 보는 게 아니냐고 조금 다급한 얼굴로 물으셨다.

너 정말 괜찮으냐? 아니, 무의식에 사륜안을 개안한 것이 아니냐?”

아니에요. 전 아직 사륜안을 개안하지 못…….”

그때 아버지의 어깨너머에 있는 귀신은 나를 빤히 보다가 히죽 웃었다.

, 잘 봐.

귀신은 손끝을 자신의 눈에 갖다 대었다. 뭐 하려는 건가 싶어 눈을 깜빡이자, 귀신의 눈이 빙글 돌더니 사륜안으로 바뀐 것이다! 그것도 곡옥이 완전한 완전체 사륜안으로!

, , 너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버지를 뿌리치고 녀석에게 덤벼들었다. 도대체 저 귀신은 누구길래 사륜안까지 쓰는 거야? 뭣 때문에 달려갔는진 나도 모르겠지만, 결과는 귀신을 통과하여 바닥에 고대로 처박히고 말았다. 심지어 소리도 쾅! 하고 크게 나버려서 멀리서 달려오는 기척까지 느껴졌다.

으아아아야…….”

아하하하하! 너 정말 멍청하구나?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들다니!

우씨, 이게 다 너 때문에! 뭐야?”








인드라(나이 불명. 우치하의 시조)가 마다라를 만나러 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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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ㄷㄹ

2019. 4. 4. 19:18 from




딱히 늦은 시각도 아니건만 눈이 침침해졌다. 마다라는 한 글자를 더 새기고 붓을 내렸다.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눈두덩이를 가볍게 눌렀다. 눈을 뜨고 하얀 종이를 확인해보니, 썩 나아지지는 않아보였다. 최근 몇 주째 제대로 쉰 적이 없는 몸은 얼른 휴식을 원한다고 아우성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마다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대신 자리 잡고 있는 천막을 걷었다. 좁은 막사 안은 향내가 가득 베여 있었지만 밖의 공기가 통하는 순간 인상이 써질 수밖에 없었다. 밤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으며, 사방이 온통 불바다였다. 피와 불이 어우러진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다.

“나오셨습니까?”

밖을 지키고 있던 보초 하나가 물어왔지만 마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주변 없기로 으뜸인 것은 일족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기에 보초도 한 번 더 묻는 짓은 하지 않았다. 흘긋 보초를 훑자, 이번 전투에서 입은 상처 때문인지 어깨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정도 상처야 흔하니 일부러 괜찮냐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마다라는 보초를 지나쳐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불은 가장 익숙한 것이라, 사방에 퍼진 불꽃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너져가는 집과 천막, 나무에 깔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소리치는 사람들, 동료에게서 세나오는 피를 막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포로들을 감시하는 사람들, 기도하는 사람들. 그들은 등에 붉은 색과 흰색이 섞인 부채의 문양을 가진, 우치하 일족이었다.

이번 전투는 우치하 일족이 이긴 것이다. 허나 승리한 일족의 모양새가 아니었다.

마다라는 잠시 멈춰 섰다. 좌우를 돌아보니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지옥과 흡사했다.

“패배보다 비참한 승리인가.”

스스로 내뱉고도 그 말에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다라는 왼손으로는 주먹을 그러쥐고 오른손으로는 눈두덩을 다시 꾹꾹 눌렸다. 역시 침침함은 가시지 않았다.

손을 내린 후, 다시 걷기 시작하니 비참한 승리에 탄식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대게는 죽은 동료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였다. 마다라는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 이내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료가 몇 죽는다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그저, 가장 높은 지위인 당주가 바라보면 그들은 분명 일어나 인사를 할 게 뻔하니 배려하는 것이다.

비명이 가득한 곳에서 벗어나 나있는 길을 걸으니 점차 조용해져갔다. 정비되지 않은 흙길에 부서진 칼날들이 박혀있다. 대부분 위헙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 앞에 있는 것들은 위험해 보였다. 치울까말까 생각하다가 보니 그보다 앞에, 다리가 부러진 사람을 부축하며 치료소로 가는 사람이 있다. 부축하는 사람도 옆구리를 베여, 옷을 찢어 묶어둔 상태로 둘 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서로 조금만 버티라며 위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치료소는 아까까지 머물던 막사 바로 뒤편이라 위협이 될 요소는 없었다. 마다라는 소매 안쪽에서 그곳에서 받은 하얀 붕대를 꺼냈다. 길이도 짧아 몇 번 감으면 동날 수준이었지만, 이것마저도 지위가 있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한 손에 붕대를 쥔 마다라는 길에 박힌 날들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세로로 박힌 칼은 뽑아 옆으로 던지고, 깨진 것들을 밟아서 부쉈다. 그것들을 부수면서, 이 길로 지나온 부상자들의 피를 머금은 빛에 혐오감이 느껴졌다. 길을 정리한 후, 마다라는 다시 걸었다. 그를 알아본 두 부상자가 당황하는 게 보이자, 그는 들고 있던 붕대를 앞으로 던졌다.

“받아라.”

붕대를 받고서 어쩔 줄 몰라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는 둘의 모습에도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받으라는 말 외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옆을 지나쳐가는 당주의 모습에 두 부상자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마다라는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자정이 지나면, 내일이 되면 여기를 뜰 수 있다. 내일까지만 버티면 모두 살 수 있다. 하지만 몇 시간 전까지 이어진 전투 탓에 살아 돌아갈 사람이 많지 않다. 걸으면 걸을수록 보이는 것은 죽어가거나, 죽은 사람들뿐이다.

걷고 걸어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까지 오니 보이는 것이 없었다. 검은 재밖에 없어 사람도, 식물도, 무기도 아무것도 없었다. 완전히 죽어버린 땅이었다.

거기까지 가고나니 더 갈 데가 없었다. 마다라는 그제야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뒤를 돌았다. 왔던 길을 그대로 걸어 다시 막사에 도착했다. 천막을 걷어 안으로 들어가니 짙은 향내가 온몸을 나른하게 감쌌다. 마다라는 깊게 숨을 들이키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책상 옆 펼쳐진 이부자리에 털썩 엎어져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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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ㅁㄷㅎㅅ2

2019. 4. 3. 00:14 from


 

 

전생의 나에겐, 책임질 동생은 총 네 명이었다. 그 시대엔 일족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를 해주었고, 제발 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죽지 않기를 빌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인술이라면 분명 존재는 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우치하 일족은 공격형 일족이라 해당되지 않았다. 그래서 면역력이 조금이나마 강해질 다섯 살. 혹은 재능이 있으면 세 살. 그 때까지는 일족에서 철저히 보호를 했다.

첫 번째 동생인 이즈나는, 몸도 마음도 여린 아이였다. 내 기준으로 말하자면, 닌자로써는 실격이고, 험난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동생인 만큼 내가 책임을 져 보호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둘째 동생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셋째도, 넷째도 역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같은 아버지를 둔 다른 어미에서 난 자식이라 그런지, 내게 있어 강한 인상은 남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정확히 언제 그들이 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동생은 모두 똑같이 사랑했다. 출신보단 그저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관계라면 언제나 웃어주었다. 어린 동생들의 순수한 미소를 보면 기분이 좋았고, 싸워나갈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그 미소를 보고 웃어주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냉정한 현실은 조금만 방심해도 일족을 역사의 저편으로 몰아붙이고,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즈나도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흐릿해진 기억 속을 더듬어도 떠올려지지 않는 것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넷째 동생은 죽었다는 것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셋째 동생과 같이 나보고 잘 갔다 오라며 반겨주었던 동생이, 싸늘한 주검인 상태로 나를 맞았을 때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이즈나도, 둘째도, 셋째도, 나도 동생의 장례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봐왔지만 혈육이 죽었기에 처음으로 죽음의 실감을 느꼈다. 불에 태워 재로 만들고, 산에 뿌리러 갈 때까지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그제야 다시금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고, 누구나 예외는 없다는 것을.

그 후 현실을 깨달은 나는 시간이 지나 두 번째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셋째 동생은 여자아이였다. 여자닌자도 분명 존재했지만, 몸이 약한 어미아래서 태어난 셋째는 역시 몸이 약해 닌자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땅의 영주의 첩으로 들이기 위해 선택되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지금 생각하면 어떤 의미로 받아 들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이즈나는 셋째와의 이별은 이미 예고되었고, 조금씩 정을 때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즈나에게는 자주 웃어주었지만, 셋째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셋째는 그저 빨리 보고 싶다며 손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둘째 동생은 제법 강했다, 그게 다였다. 제법 강했기 때문에 살아남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나는 그애가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도 몰랐다.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땅에 묻힌 뒤였다. 구슬프게 우는 소리가 며칠이고 들렸다.

그 후 얼마 뒤, 셋째는 영주와의 혼인으로 우치하를 떠났다. 하지만 얼마안가 죽었다라고 소식을 전해 들었었다. 약한 아이여서 죽었구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다른 일족에서도 영주의 첩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고, 그 자리가 우치하가 선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습격을 했다라는 것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야 들었다.

혈육의 죽음을 겪고 난 후, 이즈나만은 내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혹시 이즈나도 죽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이 점차 회복되었다. 그리고 이즈나는

 

꿈은 거기서 끝이 났다. 눈을 뜨고 하얀 천장을 응시하며 이즈나는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이즈나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막막한 기분만 들었다. 식은땀이 이마에 고여 있었다. 손으로 이마를 쓸고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자, 조금은 편안해졌다.

이즈나…….”

처음으로 이즈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즈나의 이름은 전생의 것. 그래서 전생의 것은 절대 부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이즈나의 이름을 부른 것은, 곧 지독한 추억의 기억으로 돌아왔다.

…….”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하얀 천장에 이즈나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것이 환상 비슷한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에는 너무 어린데. 다시 태어났으니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과거는 모두 잊어버리자고 했는데 차례차례 다가온 과거의 것들로 인해 그것이 실패했다.

고아원의 하시라마. 녀석은 전생의 그 하시라마가 맞았다.

그리고 나의 동생. 이즈나.

엄마는 동생을 가졌다. 그것을 안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따라 유독 기뻐보여서 일로 인해 별거중인 아빠가 돌아왔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그 소식은 곧 고아원으로 전해졌고,

하시라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생 이름은 이즈나로 할 거지?’

그러면서 그리운 듯 웃었다.

과거의 것, 두 번째는 이즈나의 이름.

역시 전생의 것.

조금 씁쓸해진다.

 


 

나는 하시라마를 싫어한다.

이 정도의 표현이 가장 순화되고 미화된 표현이다. 싫어한다고 말을 하여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는 가지각색이다. 가령 친구 사이에 나 너 싫어해.’ 하고 말 한다면 대부분 장난으로 넘긴다. 처음엔 줄곧 싫다고 말해왔으나 해를 넘기면서 그만두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게다가 나와 하시라마는, 일단 누가봐도 친구 사이다. 설령 그것을 내가 부정해도 이미 친구 사이라고 찍힌 이상은 그 관계를 철폐하기 어려웠다.

내가 하시라마를 얼마나 싫어 하냐면, 증오에 더 가깝다고 말 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릴 때의 악연이나, 질긴 악연 수준이겠지만, 그것 역시 우리에게는 그 이상의 악연으로 치부된다. 전생의 악연, , 전생의 것전생의 것은 내가 멋대로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지만, 하시라마도 전생의 것에 포함되는 이상 그 순간부터 호의 따위는 사라지기 충분하다.

만약 이 세계가 전쟁 중인 세계라던가, 혹은 시간대가 다른 닌자 세계라면 나는 마음 놓고 하시라마를 죽일 수 있겠지. 전쟁에서 싸워나가던 중 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있고, 인정하긴 싫지만 적의 대장으로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내 상관이라던가, 내 부하라던가, 같은 편으로 만날 가능성도 있고. 물론 어느 쪽이라도 나는 녀석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는 이럴 때마다 혼자 자문하며 답을 구했다. 연습장을 꺼냈다. 온갖 낙서가 가득한 페이지를 넘기고 또박또박 쓰기 시작했다.

나는 왜 녀석을 죽이려 하지?

순간적으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왜 녀석을 싫어하나. 그렇게 묻는다면 할 말은 많다. 녀석은 적이었다. 그리고 나를 죽였다. 그것이 녀석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나를 죽였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과 하시라마의 죽음은 무슨 관계지?

내가 복수하려는 거잖아.

하지만 어떻게?

녀석은 천천히 괴롭혀서.

어떤 식으로?

알게 모르게.

구체적으로는?

녀석과 친구가 되는 척 하면서 마지막에 배신을 할 거야녀석이 완전히 날 믿으면 그때 배신을 해서 녀석이 울부짖는 모습을 볼 거야.

그걸로 만족해?

일단은.

그렇다면 더 괴롭힐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많았다. 신뢰를 주고 마지막 순간에 배신하는 것, 스파이의 기본적인 전술이었다. 그게 커지면 사랑이 되었다. 사랑으로 살아남고 사랑으로 죽어간 사람은 많았다. 서로 사랑하는 닌자 연인이 결국 서로의 사랑을 위해 도망을 간다거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는 떠돌았다. 그것을 가장 하찮게 여긴 것은 나였다. 동시에 그것으로 가장 충격을 먹은 것 역시 나였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기로 했는데.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체 천장을 바라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덕에, 꿈의 뒷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즈나에 관한 이야기. 꿈에서 결말을 짓지 못한 과거.

이즈나는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다.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일족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데, 여자가 우선순위의 첫 번째가 되었다. 그래도 나는 이즈나를 이해했다. 어차피 이즈나는 닌자로써 전장에 나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고, 같은 일족의 여자를 사랑했으니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죽었다센쥬에 의해.

나는 눈을 감고 자문한다.

이즈나의 연인이 죽었어센쥬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동생을 목표로 삼았거든. 그리고 이즈나는 쉽게 당하지 않으니까 이즈나의 연인으로 바꾼 거야그래서 이즈나는 어땠지이즈나는 슬퍼했어. 무척너는?

나도 슬펐어. 이즈나가 괴로워하는 건 싫으니까.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하고 생각 했어.

하지만 넌 죽을 수 없지?

맞아. 난 일족에서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했지?

나는 그애의 슬픔에 같이 슬퍼했고 그애의 분노에 동조했다. 그건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즈나가 울부짖으며 전장에 나서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내가 그애를 위해 나서도 말리지 않았다. 예전부터 우리는 그렇게 살았다. 슬프게도 잃을 수록 눈은 강해졌다. 나는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전생에 집착하고 있었나보다완전한 침묵 속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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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ㅁㄷㅎㅅ

2019. 4. 2. 00:32 from

*원작과 좀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게... 본편에 과거회상 나오기도 전에 써서 그래요ㅠ







꿈을 꾸었다. 어젯밤의 꿈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하시라마와의 인연을 떠올리라고 하면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까. 아마 사람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전국시대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재능만 있다면 아무리 어려도 전쟁에 투입된다. 그것이 모든 일족의 법칙이었고, 누구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어린 나에게는 앞으로 태어날 동생들까지 합해 네 명의 책임질 동생이 있었다. 게다가 일족과 아버지의 기대에 언제나 져버리지 않았으므로, 부담감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거역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적응을 하면-그것은 이기는 것이다-편해졌다. 연승을 거두고 있었을 때, 일족의 적이 나타났다. 당시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나, 조만간 싸워야 할 적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즈음, 만난 것이 센쥬의 나라고 할 수 있는 하시라마였다.

만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서로가 적임을, 서로가 똑같음을. 서로가 자신만이 안다고 생각했던 숲의 비밀장소에서 마주쳤던 날, 그 침묵과 두근거림은 커서도 잊지 못할거라 확신했다. 그만큼 첫만남은 간결하고도 강렬했다.

누군가 말했다.

안녕.

그리고 다른 한쪽이 대답했다.

. 안녕.

그리고 말은 없었다.

동시에 수리검이 날아왔다.

그 수리검에 맞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그렇게 생각 할 만큼, 소중하고도 증오스러운 만남이었다.

그것이 첫만남이었다.

장면은 바뀌어, 마지막으로 변했다.

그리고 마지막 만남은, 전장에서였다. 한쪽이 안녕, 하고 말하면, 다른 한쪽은 대답이 없었다. 다만 칼날을 비스듬이하여 상대에게 겨누었다. 그러면 상대도 무기를 고쳐 쥐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그럼에도 끝까지 싸웠고, 결국 패하고 말았다.

미안해.

마지막에 들었던 그 한마디는, 오히려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끝났다.

꿈에서 깼을 때, 나는 언제나처럼 식은땀에 온몸이 젖어 있었다.

몇 번째 꿈인지 기억도 안났다. 단지, 과거는 언제까지 나를 괴롭힐까, 그 생각만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그 기억은 내가 두 살 때 찾아왔다. 두 살. 분명 어린 아이였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나이였다. 하지만 기억이 찾아오고 그 사실을 인지하고 느낀 것은 허탈감이었다. 저번생의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싸웠는가. 차라리 기억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이후 다섯 살이 되는 현재까지 나는 전생에 관한 것을 철저히 숨겼으며, 떠올리기도 싫어했다. 하지만 언제나 꿈으로 찾아왔고,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고 뇌까린 적도 있었다.


현재까지 기억을 지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기억이 있기에 알 수 있는 것이야 있었지만, 그것은 정말 쓸모없는 것들 뿐이었다. 내가 살았던 시대는 전국시대. 그렇게 불리던 시대였으니 그대로 붙여졌을 것이다.

지금은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아예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에 닌자는 없었다. 가장 명확한 증거는 내가 차크라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의 몸이라지만 전의 나는 다섯 살 때 이미 전장에 나섰다. 금방 사륜안의 동력을 개안했었다. 그러니 아무리 몸이 둔하다 해도 지금쯤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어야 하지만, 그것이 안된다는 것은, 이곳은 닌자가 필요 없는 세계라는 뜻이다.

그래서 허탈했다. 전생에서 닌자가 아니었던 자들을 비웃었던 자신을 후회해야 했고, 그 결과가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니 말이다.


나는 과거의 내 기억을 떠올린 순간부터 내가 환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건 곧 또래보다 상당히 조숙하고, 아는 단어도 많고, 다른 사람의 눈에는 조금 특이한 아이다, 이렇게 비춰지고 있었다. 현재의 부모는 딱히 말썽도 일으키지 않고, 유치원에서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기에 별 말 없었다. 오히려 선생이나 다른 학부모에게 조숙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기쁜 듯 얼굴을 붉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겉과는 달리 나는 아직까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아직 한번도 살인을 해본적이 없고,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다. 부모와 같이 소파에 앉아 TV로 뉴스를 볼 때면 각종 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럴때마다 부모는 혀를 차며, 인간 말종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며 이내 말을 거두고 내 머리를 쓰다듬긴 했지만, 나는 그 뜻을 알고도 모른척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으면 되었다.


우습게도 지금의 나는 과거의 살인도 아닌, 전생의 살인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TV에서 하는 공포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면 되는데, 그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매일 악몽을 꾸는지도 몰랐다. 전생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이미 나에게는 악몽이었다.

그래도 가끔은 동생들이 꿈에 나왔다. 살육의 연속인 악몽같은 꿈에서도 실낱의 빛은 있었는지, 동생과의 행복했던 시간도 꿈에 나왔던 것이다. 분명 악몽이 아니라 칭할수도 있었지만,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나는 그것마저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창밖을 바라보면, 달이 떠 있었다. 내 방은 좁은 감옥이 아니었다. 딱히 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악몽을 떠올릴때면, 마치 감옥에 갇혀 전생의 죗값을 치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비춰지는 달빛만이 마치 동생들의 빛처럼, 내게 유일한 안식을 줄 수 있는 것이라 믿었다. 오늘은 보름달. 가장 악몽이 심할 날이다.


오늘 하루도 저물었다.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지, 온갖 상상을 다 해봤지만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죽었으면. 아니면, 전생의 동료들이라도 만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을 불가능하겠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기어 올라갔다. 엎드려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면 조금은 편해졌다. 제발 오늘은 악몽을 꾸지 않기를. 자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오늘은 꿈을 꾸지 않았다. 오랜만에 잠에서 깼을 때, 땀에 몸이 절어있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이제 끝인가? 하지만 몰랐다. 그것이 마치 고문을 시작하기 전, 괴로움을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


목소리를 내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책을 꺼내 읽었다. 부모는 아직 내가 글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것이, 나는 아직 태어난지오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아랫칸의 책장에서 집어든 책은 그림동화 책이었다. 내 방의 책장에는 온통 그림동화 뿐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조금 변형된 것이었다. 동생들에게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책을 몇장 넘기면 색색의 그림과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유아용으로 딱 적당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동화 따위가 아니다.

정말로 다른세계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데, 아직은 너무 어린 탓일까. 얼마 전 부모에게 말했다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역사책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크면 자력으로라도 알아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세권의 책을 읽었을 때, 부엌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다라.”

.”


특이하게도, 내 이름은 그대로 우치하 마다라였다. 우치하라는 성인것도 신기했는데 다시 같은 이름이라니, 어차피 다른 이름을 받았더라 해도 나는 인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같은 이름이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름을 불릴때면 순간적이나마 전생의 잔상이 떠오르긴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걸. 얼른 대답을 하고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 부엌으로 향했다.


이거, 오늘 만들어 본 반찬이야. 먹어볼래?”


엄마가 상냥하게 웃으며 물어왔다. , 하고 대답하고는 반찬을 젓가락으로 어설프게 집어 들었다. 엄마는 내게 젓가락질을 가르치려는 모양이라, 그런대로 따라주고 있었다. 맛을 평가하자면 괜찮았다. 원래가 음식솜씨가 좋은 것인지 여태 먹었던 모든 것처럼, 적당히 담백한 나물반찬이었다.


맛있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대답한 엄마는 다시 상냥하게 웃으며, 완성된 반찬을 반찬 통에 담았다. 약간 고개를 올려다 보면 보이는 그 모습은 벌써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엄마는 곧 나에게 심부름을 시킬 것이다. 하나, , . 속으로 숫자를 열 까지 세었다.


마다라. 부탁 좀 해도 될까?”


정확히 열을 세는 순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차피 할 일도 없고 그저 책을 읽거나 TV를 보면 되는 어린아이였다. 엄마의 말을 거절할 이유도 없고, 무엇을 시킬지 다 알고 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도 부탁할게.”


아마 엄마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심부름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간간히 유치원에 데리러 올 때 다른 아이의 엄마와 대화할 때마다 심부름이야기를 빼놓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게 굳이 자랑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문도 들었으나 이내 엄마가 건네주는 반찬통을 받으며 지웠다.


집 근처에는 고아원이 하나 있었다. 처음에 고아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엄마에게 그게 무엇이냐 묻자, 엄마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집이라고 답을 해주었다. 아마 엄마는 부모가 없냐는게 뭐냐는 질문도 생각한 것 같지만,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인술 대신에 과학이라는 것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 세계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싶었을 뿐이었다.


고아원. 고아가 가는 곳. 머릿속에는 이렇게 입력되었다. 엄마는 주말마다 고아원에 가서 고아원의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때로는 반찬이나 쿠키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고아원의 어른들은 매번 고맙다며 웃어주곤 했다. 매번 방문하는 것을 보고 있자, 나도 혹시 고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나에게 심부름을 시켜 고아원에게 음식을 갖다주는 것도, 나를 무척 아끼는 듯 한 엄마의 모습도, 사실 조금은 의심스러웠다.


엄마.”

?”

나도 고아야?”


고아원에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받을 때면, 매번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엄마는 아니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게 좋기도 했지만, 아직 혼란스러워 하는 나에게 안정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꼭 묻곤 했다.


아냐, 마다라는 이렇게 엄마, 아빠가 있잖아?”

!”


역시 부모는 다른 것일까. 전생에는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다녀와야지.


다녀올게요.”

, 조심해서 갔다와.”


반찬통을 들고, 현관문으로 뛰었다. 작은 손으로 현관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 잘 열리지 않자, 엄마가 대신 열어주었다. 문 밖으로 뛰어나가 잠시 뒤돌아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웃고 있었다. 다녀올게요, 속으로 말한 뒤, 문을 닫았다.

 

 


우리집은 주택이다. 처음에는 꽤 큰 집인지 알지 못했다. 전생에 나는 일족의 당주였기에, 집에 대한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어릴때부터 살던 집을 물려 받아 살았고, 일족의 다른 사람의 집 역시 비슷한 크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나의 아버지는 지위가 높은 것을 과시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소박한 쪽을 선호했기에, 여느 우치하의 집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크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 살고 보니 세삼 크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집이 작게 느껴졌다. 마음껏 달리며 수련 비슷한 거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럴 공간은 마당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때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집에서 십분거리에 있는 고아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우리집이 조금 큰 편인 것을 깨달았다.

고아원도 작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보이는 집이 작아보였을 뿐이다. 그것을 보고 나름 좋은 집에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서고 오분 쯤 걸으면 멀리서 고아원이 보였다. 어김없이 보이는 그곳을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거기에 사는 너희보단 내가 더 우월해. 괜히 비웃고 싶어졌다. 물론 절대로 입밖에 낼 생각은 없다. 그냥, 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이윽고 도착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선생을 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이거, 엄마가 전해 주랬어요. 하고 말하면 선생은 미안해서 어쩌지-라고 말하면서도 고맙다는 듯 받았다.


, 얼마전에 온 친구가 있는데, 너에게 소개시켜 줄게.”


어느 불쌍한 아이가 또 들어왔나 보다. 이럴때는 무슨 느낌이 들어야 할까. 사실 별 느낌은 들지 않았다. 거듭 떠올리지만 나는 전생에 집착하고 있었고, 전생에서 전쟁고아란 전쟁만큼이나 흔한 존재였다. 실제로 우치하에서도 전쟁 고아를 맡아 기르는 집이 곳곳에 있었다. 여기서는 고아원이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지만.


. 누구에요?”

얼마전에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셔서 이곳으로 오게 된 아이야. 너만큼이나 무척 똑똑한 아이 같았어.”


너만큼이나 무척 똑똑한 아이 같았어. 그 말을 나와 그 아이를 비교하는 것일까.


몇살이에요?”

너와 똑같이 다섯 살이야.”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전생에는 일족의 천재이자 역사를 만들어낼 정도로 대단했던 나였는데, 고작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비교당하다니. 선생은 그 아이를 칭찬하려고 한 말이겠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티는 내지 않고 보고싶어요, 하고 말하자 선생은 앞장서서 걸으며 안내했다.


이쪽이야.”

.”


선생을 따라 교실로 향했다. 고아원은 자는 방과 교실, 그리고 식당으로 나눠져 있었다. 교실 근처에 다가가자 어린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복도까지 울렸다. 왠지 빨리 만나보고 싶어졌다문이 열리고, 말했다.


얘들아. 마다라 왔어.”

진짜요!?”

마다라다-!”


그동안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표정관리한 것이 헛수고는 아니었는지, 아이들은 내가 부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좋아했다. 나도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순수한 아이들과 같이 있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따위는 사라지기 때문에, 속으로는 이곳에 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몰랐다.

여자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며 인사했다. 뒤이어 다른 아이들도 소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며, 소란의 중심지로 걸었다.


새로온 아이는?”

, 여기야!”


의자에 앉아 있는 모양인지, 어느 아이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그쪽으로 다가가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전생에 전장에서 느꼈던 그 느낌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소개할게. 얘가 마다라야.”


손을 들었던 아이는 뒤돌아 앉아있던 소년에게 말했다. 소년은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 대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부모가 있는 아이를 싫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년의 표정에 혐오감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머나먼 기억속에 감춰졌던 하시라마와의 첫 만남. 그것이 지금, 여기서 재현되고 있었다. 녀석은, 아무리 봐도 하시라마였다.

말도 안 돼.

 



먼 기억속의 하시라마는, 짧은 단발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마 무표정이었을 것이고, 녀석은 순수한 아이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로가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산의 비밀 장소에서 마주쳤을 때, 서로는 서로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 인연은 평생 가겠구나.


그 직감은 실제로 일어났고, 인연이 아닌 악연으로 발전하여 평생을 옭아매었다. 그럼에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밝은 느낌은 녀석에게서 사라지지 않았다. 나를 어둠에 비유하자면 녀석은 빛이었다. 적인 우치하는 물론이고, 마지막까지 싸웠던 나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주려고 했으니까. 그래. 어쩌면 내가 다시 태어나서 느낀 허망함은 녀석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하시라마를 다시 만난다면? 언젠가 한번 떠올려 보았다. 모든 것이 지난 지금 녀석을 다시 만나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한번 생각을 해봤다. 나는 환생을 했고, 다시 태어난지 오년이 지났다. 이 세계에 하시라마가 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나는 신이 아니라 한낱 인간에 불과하고, 권력이 조금 있었기에 우쭐했을 뿐이지 현재는 별 볼일 없는 꼬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눈앞에는 하시라마와 닮은 소년이 있었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정말로 하시라마인가? 확신은 아직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속으로는 이미 확신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분명 하시라마다. 이렇게까지 확신을 하는 것이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왜 나는 녀석을 확신하고 있지? 확신을 해서 뭐하게?

마치 나만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소년에게서는 말이 없었고, 나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서 소개시켜주는 아이들의 말따위도 들리지 않았다. 저 소년이 만약 하시라마가 아니라 해도 나는 그의 영혼을 타고났다고 믿을 것이다. 내가 우치하 마다라의 영혼을 타고 난 것처럼.


마다라?”

, ?”


소년이 나를 불렀기 때문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나는, 소년을 마주보았다.

 



아직 확신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없어야 했다.

우리는 다시 만나면 안된다. 내가 확신하고 있다 해도 만나서는 안된다. 내 이성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마다라, 라고 했지?”

.”

….

, 내가 아는 마다라 맞지?”


이때 난 확신했다. 이 소년은 분명 내가 알던 하시라마의 환생이라고.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를것만 같았다. 마치 처음 전장에 나간 것만큼이나 긴장되었다.

그래도 마주보는 눈빛에 굴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내가 가장 익숙했으니까. 그때와 똑같이 순수한 눈빛. 그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잊으려고 노력했던 나의 전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마다라? 얘를 알아?”


소년은 약간 기대하는 듯 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환생을 하고 처음 전생을 아는 사람과 만나서겠지. 멍청하긴. 감정을 숨기는 법은 기본인데. 속으로 비웃음을 날려주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몰라.”


그렇게 말하자 녀석의 표정을 썩 볼 만 했다. 마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전생의 내가 지었던 표정과 흡사했다. 이럴 리가 없을텐데, 하고 중얼거리는 입모양을 보고 속으로 실소했다. 모든 것이 끝났으니 내가 널 친구처럼 대해 줄 거라고 생각했나봐.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어쩌면 복수가 될지도 모르는, 전생의 악몽과 죗값은 이번 생에 다 치루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얘랑 나갔다 올게.

이렇게 말하고, 나는 하시라마-이미 확신하고 있었으니 더 이상 소년이라 부를 이유가 없었다.-보고 따라오라고 하고는 고아원의 뒷마당으로 걸었다. 작은 놀이기구가 있는 그곳은 아무도 없었다. 도착하고 나서 멈춰서자, 녀석이 주춤 하더니 이내 말을 늘여놓았다.


있지, 나 너랑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서 말이야. , 나 이름은.”

알아. 하시라마.”

?”


내 입에서 하시라마라는 이름이 나오자 하시라마는 상당히 당황한게 눈에 보였다. 나는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그 후, 녀석에게서 말은 없었다.

녀석은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반면 나는 말 할 이유가 없었다. 그동안 계속 억눌러 왔던 악몽이, 눈앞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의 원인은 내 눈앞에 나타난 녀석이고, 녀석에게 현재를 만든 어떤 이유가 있다 해도 나는 곱게 넘어갈 생각따위는 없었다.

녀석은 우물쭈물 거리더니 이윽고 말하기 시작했다.


, 그럼 아깐 왜...”

그것보다, 하나 물을게 있는데.”

?”

듣기론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고 하던데.”

, 그거.”


녀석은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주말이 되어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를 갔다고 했다. 녀석으로썬 그 가족이 마음에 들었는지 상당히 들떠있었고, 그로 인해 부주의했다. 그래서 피하지 못할 사고가 났다고 했다.

한심해녀석은 가족에게 정을 주었다는 거잖아전생을 알고 있으면서도자신의 죗값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는 악귀다, 전생의 죗값은 기억을 가진 채 환생이라는 것으로 내려졌다앞으로 평생 악몽에 시달려, 우리가 죽인 자들의 원한을 받아내야 한단 말이다.

그것이 아니라면녀석은 악몽을 꾸지 않는건가. ‘역사의 승리자이기 때문에나는 패배자라서 이렇게 된거고?

그렇다면, 내가 대신 죗값을 치루게 해주겠어.


그래, 그렇다면 넌 고아가 되었다는 거지?”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슨말을 할 낌새가 느껴졌는지, 똘망똘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녀석의 표정을 굳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거 다행이다. 난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데, 너만 좋은 생활을 했다니. 억울하잖아? 이젠 아무것도 남은게 없지? 다행이야. 너네 부모, 잘 죽었어. 덕분에 난 너한테 복수할 기회가 생겼고 말이야.”


그리고 나는 웃었다. 눈꼬리가 휘는게 느껴졌다. 정말로, 기쁜 듯이 웃었다.

나는 정말로 악귀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번 생에서 고통스럽게 지내야겠지.


전생에는 네가 더 위였어. 하지만 지금은 내가 위야. 어때? 삶이란 참 우습지 않아? 전생에 뭘 위해 그리 싸웠는지!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었는지! 우리에게 남은건, 이름밖에 없어. 가족도, 동료도, 명예도, 능력도 다 사라졌다고! 하지만, 지금 주어진 조건 하에서는 내가 더 우월해. 넌 고아고, 난 가족이 있어.”

…….”


다시, 첫만남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역으로 내가 위라는 것을 증명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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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 :

ㅎㅅㅁㄷ

2019. 4. 2. 00:09 from



 그때 녀석이 내 뒤에서 칼을 찔러 넣은 것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살아있다. 만약 정면에서 찔렸다면. 아니, 내가 죽었는지 확인이라도 했다면 나는 진짜로 죽었겠지.

그 빗속에서 한참동안 쓰러져있다 겨우 깨어나 기다시피 움직여 향한 곳은 내가 마을을 떠난 뒤로 살던 산속의 폐가 같은 집이었다. 비는 계속 내렸고, 그 덕에 내 발소리는 묻힐 수 있었다. 집으로 향하면서 그 전투의 흔적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무슨 미련에선지. 어쩌면 뒤늦게 시체의 존재가 떠오른 녀석의 추격대가 따라붙을까 겁이 나서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추격대는 따라붙지 않았지만 더 심한 것이 따라붙었다.


어차피 모든 것을 버렸기에 호화로운 생활을 바라지는 않았다. 사실 더 이상 집의 존재조차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발견한 그 폐가는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폐가주제에, 겉으로는 다 쓰러져가는 모습임에도 안에서 몇 번 손을 보니 비도 거의 세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철철 흐르는 피를 옷을 찢어 간신히 지혈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 앞에는 녀석이 있었다. 거세게 내리치는 비 때문에 내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나를 이미 죽였다고 생각했기에 경계를 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은 있었다. 집 앞에서 문 앞에서 집을 빤히 보고만 있었다. 안이 보이는 것도 아닐 텐데도.

어째서 녀석이 내 집 앞에 있는 것이지? 내가 그 폐가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은, 나 이외에는 그 어떤 인간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 사람이 산다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 모습에 가끔 나조차도 돌아오면 놀라곤 했던, 그런 모습이었는데.


더 이상 싸울 힘은커녕 움직일 힘조차 없었기에 더 다가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 근처의 굵직한 나무에 기대앉았다.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거칠었다. 녀석이 얼른 떠나기를 기다렸다. 그저 녀석이 모든 싸움이 끝났으니 혹여 다른 습격이 있을까 탐색하는 것이길 바랐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힘이 생긴다면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그곳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내 몸은 녀석의 강함을 알고 있기에 자연스레 단검을 그러쥐었다. 녀석에게 들키면 녀석을 찌르기 위해서.


비는 계속 내렸고, 점차 의식도 옅어졌다. 역시 출혈이 문제였다. 집안에 들어갈 수라도 있으면 몸을 말리고, 붕대를 갈고, 휴식을 취하겠지만 고작 집에서 스무 걸음 남짓 떨어진 곳에서 이러고 있으니 한심해서 웃음이 나왔다. 물론 그마저도 힘들어 속으로 삼킬 뿐이었고.

도대체, 녀석은 언제 떠나려고 계속 비를 맞으며 서있는 것인가. 차마 나무 너머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사라지는 체온에 떨고 있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불이라도 피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따뜻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무의식적으로 손은 인을 맺고 있었다. 차크라만 불어넣으면 바로 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잠시 두 손을 보다가 천천히 인을 풀었다. 사실, 그때엔 남은 차크라도 없었다.


한 십오 분 정도 지났는지, 그제야 비가 멎기 시작했다. 분명 비가 그치면 나에게도 다행인 상황이지만, 혹여 빗소리가 사라지면 녀석에게 들킬까 한편으로는 걱정이 일었다. 당장 도망가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건 분명 두려움이었다. 바로 그 직전 이미 누군가에게는 죽어버린 인물이 되어버렸는데도, 두려웠다. 무엇이 그리 두려웠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윽고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둔.”


유난히도 떨리는 목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목둔이라니.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기술을 말하는가. 아예 집을 날려버릴 셈인가. 물론 주운 집인 만큼, 애착이 깊은 것은 아니다. 굳이 그 집이 아니라도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되고. 그러나 녀석의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냥 해본 소리인가? 녀석은 내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름에도, 나는 들킬까 겁나 숨을 참았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그렇게 거슬릴 때가 없었던 것 같았다.


숨을 몇 분간 참은 것 같았다. 숨이 막혀 가까스로 뱉어내어,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그쯤 되니 차라리 녀석이 집을 부수던, 태워버리던 원하는 대로 해버리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는 멎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내리고 있었다. 빗물에 씻어져버린 체온은 돌아오지 않아, 점점 더 온몸을 떨게만 됐다.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 물었다. 작은 신음하나 나올까 겁나 손에 쥔 검의 날을 보았다. 여기서 들키면, 그야말로 개죽음이라고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다시 몇 분 정도 지나자, 차라리 먼저 기습을 해버릴까 싶었다. 가장 좋은 상황은, 내가 이러는 동안 녀석이 떠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기습이 성공하는 것이다.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한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서 재빨리 기습한다면최대로는 녀석의 죽음, 최소한 치명상 정도는 입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녀석의 유일한 라이벌이자, 이 세계의 일인자, 혹은 이인자의 자리에 서게 되었던 나였다. 그럼에도 내가 처했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이기에 그런 판단을 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생각 좀 해봤는데, 다시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거니까 답은 구하지 않았다.


녀석을 죽이자. 못해도 나는 녀석에게는 죽은 사람 취급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멀쩡한 상태로 녀석을 기습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데, 이런 상태로 기습한다? 멍청아, 무슨 생각이야. 고통은 둘째 치고 녀석에게 다가가는 동안 기척을 숨길 상황이라도 돼? 아니, 그동안 숨이라도 참을 수 있냐고. 차라리 도망쳐. 살 확률은 그게 더 높다고? 그래. 분명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도망만이 살 길이다. 하지만, 지금 녀석은 내가 죽었으니, 뒤에서 나타날 리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잖아. 믿을 건 그것밖에 없어. 게다가, 이 장소는 나 외엔 아무도 몰랐던 곳이니까, 설마 누군가 나타나리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그러니까

어차피 살거나 죽거나.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일인자가 되든가 실패하던가.

그것 외엔 제대로 된 사고를 구사할 수조차 없었던지, 결국 도박을 하기로 했는지 일어서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때 들린 목소리는, 조금 전과 같았던 목소리였다.


……마다라.”


설마, 나를 알아 챈 것인가. 반사적으로 움찔거린 탓에 쥐고 있던 단검이 떨어질 뻔 했다. 가까스로 떨어뜨리지 않은 채 이를 악물고 숨을 들이켰다. 조용히 기습이 안 된다면, 차라리 당황시켜서 녀석이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죽여 버리자. 그것도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죽자고 생각하고 덤비자. 차라리 그렇게 해버리는 것이 나으리라.

지금, 지금, 지금? 무엇을 결정할 때에 이렇게 망설이고 두려워했던 적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까마득한 옛날,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임무를 받았을 때에도 이보단 쉽게 죽였다. 언제 기습해야 할지 알 수 없으니 점점 조급해져왔다. 아직 녀석이 뒤돌아있을까? 아니, 나를 알아챘나? 그럼,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하지만 다시 들린 녀석의 말에, 일순 멈추었다.


그 다음에 들린 소리는 발걸음 소리, 녀석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녀석은 내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을 결국 눈치 채지 못한 것인가. 결과적으로 나는 살았으니, 녀석이 눈치 채지 못했다는 쪽이 그럴싸했다.

녀석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녀석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장난으로라도 녀석의 소리는 떨리는 법이 없었다. 어렸던 나와 녀석이 같이 수련을 하다가 둘 다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개울에 빠져버리고 말아서, 자의는 아니었지만 온몸을 덜덜 떨었어야 했던 때. 그럴 때라도 녀석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저 말소리가 떨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그 강직함이 흔들린 적이 없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녀석의 목소리 뿐 아니라, 녀석이 내는 모든 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매번 절벽을 오르다 떨어져도, 그래서 발을 삐었을 때도, 우리가 갈라섰을 때도, 서로에게 칼을 겨뤘을 때도, 심지어 녀석이 나를 찌르는 그 순간에도.

녀석이 나를 죽일 각오로 찔렀던 그 순간에도.


그런 녀석의 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 발소리가 사라지고 나서, 나는 곧바로 내리 앉았다. 그때에 들고 있던 단검은 진흙 속에 파묻혔다.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이쯤 되면 알아차릴게 뻔한 상황이었다.

녀석은 그 집에 내가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소리는 처음으로 떨렸다.


조금 뒤 비는 멈추었다. 다시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생각하기조차 싫다.








5년 전에 썼던 하시마다에요 그때 좀 길게 쓰려고 했던거 같은데 왜 스토리정리를 안해놨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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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 :

ㅁㄷㅇㅈ

2019. 3. 31. 01:04 from




우치하 일족의 의식은 관계자 외에는 절대로 출입이 불가능한 장소였다. 오래된 신성한 목축건물의 안에는 신()의 대리자를 뽑는 의식이 거행되려 했다. 의식에 선택될 사람은 오직 하나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죽는다.’ 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곧 형제들의 싸움을 뜻하며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일인자만이 우치하의 권력을 손에 쥔다는 것을 뜻했다. 전 우치하의 신은 우치하 타지마였으며 그에게는 일곱 명의 자식이 있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후계자수업만을 받던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혹여 일어날 살육전을 대비해 그들의 호위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어린 이즈나는 막내였으며 고작 일곱 살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부분이 다섯 살에 발견하는 자신의 능력조차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으며, 당연히 눈의 개안도 하지 못했다. 그런 이즈나의 지지를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이즈나의 수업을 담당했던 자도 이즈나에겐 가능성이 없으며, 살아남기보단 빨리 죽는 것을 택하라는 말까지 했다.


가장 앞에는 계단이 있었으며 그 뒤에는 제단이 있었다. 넓은 마룻바닥에는 일인자를 뽑기 위한 형제들이 처음으로 모여 일자로 앉아있었으며, 그들은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비록 서로를 처음보고 있다지만 서로에 대한 능력은 들었기 때문에 탐색의 목적은 경계였다. 하지만 이즈나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얼른 죽기를하고 속으로 기도를 했다.

하지만 일곱의 형제들의 자리에 딱 하나 빈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는 이즈나보다 세 살 많은 형인 우치하 마다라의 자리였다. 마다라의 능력은 불이었으며, 다섯 살 때 이미 불을 다룰 줄 알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제법 있었다. 그 중에는 후가쿠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아들인 이타치가 대신해서 의식을 보러 왔다. 물론 가장 나이가 많은 첫째가 압도적인 숫자로 지지를 받았지만.


형제들의 뒤에는 그들의 호위가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이즈나는 자신의 호위겸 마다라의 호위인 히카쿠를 흘끔 보고는 속으로 걱정을 했다.


왜 마다라 형은 오지 않는 것이지?

왜 히카쿠만 있는 것이지?


가장 나이가 어린 둘을 맡게 된 히카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다른 호위들은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저런 표정을 짓는다 생각하여 그를 위로했다. 이즈나는 그 위로를 들으며 무력한 자신은 원망했다.


곧 장로들 다섯이 들어왔다. 우치하의 실세는 그들이나 다름없었다. 우치하의 대리자혹은 수장이라는 이름은 그저 이름이었고, 모든 명령은 그들이 내린다. 하지만 현대에, 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 능력자들의 일족은 드물기 때문에 여전히 대리자를 뽑고 있는 것뿐이었다.

장로들은 일()자로 앉은 형제들을 보다가 빈자리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서 빈자리가 있는 것이지?”

혹시 벌써 죽었나?”


장로들의 말에 대답한 것은 뒤에 있던 히카쿠였다.


마다라님은 곧 오실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장로들은 서로를 보며 수군거리더니 조금만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자 다른 형제들의 반발이 일었다. 늦은 것은 겁이 나서 참여의 의사가 없다며, 여태 수업을 받았으면 그쯤은 알 것이라며, 마다라는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로들은 의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형제들의 아버지인 타지마의 의식에도 장로들이 참여했기에, 전원이 있어야만 실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넷째가 히카쿠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넌 그녀석의 호위면서 그녀석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냐?”

죄송합니다. 저는 먼저 가라는 명을 받았기에 이곳에 와있는 것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답한 히카쿠를 보고는 넷째는 혀를 차더니 고개를 돌렸다. 곧 형제들은 수군거렸다. 서로의 능력에 대해 자랑을 하는 것인지, 경계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즈나는 그들의 관심이 저에게 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들은 곧 이즈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막내. 넌 무슨 능력이냐?”

, ? 저는 아직…….”

! 아직 능력조차 없단 말이냐? 일족의 수치로군!”


곧 형제들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즈나는 꾹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배웠으며, 그래야 한다고 마다라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즈나는 속으로 마다라를 걱정했다.


왜 빨리 오지 않는 거야. ?


마다라와 이즈나를 제외한 모든 형제들은 서로를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마다라와 이즈나만은 달랐다. 둘의 호위가 히카쿠여서 그런지 그들은 종종 만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마다라는 이즈나를 격려해주었고, 이마에 입술을 맞추기도 하며 애정을 표했다. 이즈나에게 마다라는, 좋은 형이자 자신을 구원해줄 신일지도 몰랐다.

이즈나는 마다라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언젠가 마다라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놀러왔었다. 막내인지라 좋은 집은 아니었고, 마당도 좁고 그저 석등 하나가 있을 뿐이었지만, 마다라는 아름다운 집이라며 칭찬했었다. 마다라가 사는 집은 좀 더 넓었을게 분명했다. 일족의 영토는 광범위하게 뻗어 있었으니까.


좋은 집이네. 히카쿠. 이 아이가 내 동생이야?

. 그렇습니다. 우치하 이즈나님이십니다.

흐음안녕, 이즈나? 난 우치하 마다라. 네 형이야.

─…?

. . 처음 만나지?


첫 만남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만 했었다. 이 수업이 너무 괴롭다며,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은 의식에서 가장 빨리 죽는 길을 택하라고 가르친다며 투정을 부리자, 마다라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즈나는 알지 못했기에 계속 투정을 부렸었다. 히카쿠는 마다라의 속을 알아차리고는 이즈나를 데리고 산책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때는 산책을 하고서 헤어졌다.

그 다음번에는 마다라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했었다. 마다라의 능력은 불이었으며, 원하는 곳에서 발화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심지어는 물 위에서도 불꽃이 일었기 때문에 이즈나는 무척 신기해했다.

그래서 이즈나는 종종 마다라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곤 했었다. 만약 자신에게도 신이 있다면 형일 거라고. 자신을 죽이고 일인자가 될 사람은 형일 거라고. 그럴 때마다 마다라는 이즈나는 내가 지켜줄게.’ 하고 웃어보였다.

이즈나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랬던 형이 이제와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칠 리 없었다. 히카쿠조차 이곳에 보내놓고 혼자서 도망칠 형이 아니다. 이즈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다라에 대한 비웃음도 계속되었다.


아니야. 형은 꼭 올거야!


하지만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능력도 있는 형제들에게 대들 수는 없었다. 이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꾹 참고 있었다. 조금만 귀를 귀울여도, 그들의 이야기는 금방 들렸다.


우리들 중 누가 살아남을지 기대되는군.”

내 능력을 얕보지 않는 게 좋아. 내 능력은 보통이 아니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 일족 자체가 우수하니까, 일반 멍청이들의 능력과는 비교도 안 되지.”

내 능력으로 너희 모두를 재울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할 걸.”

그나저나 여섯째 꼬맹이는 어디를 간거야? 듣자하니 능력도 있는데, 막내보다 더 겁쟁이 아냐?”

하하하, 아마 여섯째가 가장 먼저 죽을 것 같군!”


그들의 비웃음속에서 장로중 한 명이 말했다.


슬슬 시간이 되었군.”

안 돼! 아직 형은 오지 않았어!


이즈나는 속으로 외쳤으나, 시간의 중요함을 알기에 체념했다. 결국 형은 오지 않았고, 자신은 다른 형제의 손에 죽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히카쿠를 바라보자, 히카쿠는 아까보다 더 굳은 표정으로 이즈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즈나는 살짝 입가에 웃음을 띠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아무 능력이 없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


의식을 시작한다!”

잠깐!”


막 장로가 외칠 무렵, 마다라의 목소리가 안을 크게 울렸다. 드디어 형이 왔나 싶어 이즈나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호위들 때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호위들은 곧 양옆으로 길을 갈랐고, 마다라의 모습이 보였다.


, 저건!”


누군가 소리쳤다. 이즈나는 왜 소리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형의 모습을 보고는 아하는 탄식이 흘렀다. 형은, 마다라는 양 손에 검을 들고 있었다. 붉은색의 검 날을 가진 검과 푸른색의 검 날을 가진 검. 이즈나는 그 검을 알고 있었다.

태양의 검 아마테라스와 달의 검 츠쿠요미. 붉은 검이 아마테라스고, 푸른 검이 츠쿠요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즈나는 왜 저 검들이 마다라의 손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의식은 신에게 인정받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 살아남은 제물이 필요하겠지.”


그게 무슨 뜻일까. 마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는 곧 재빨리 뛰었다. 그리고 형제들의 뒤에 도착했다. 그제야 이즈나는 마다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마다라는, 형은, 붉은색의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눈은 매우 불길해보였다.

마치, 피를 흠뻑 머금은 것처럼.


히카쿠!”

!”


마다라가 크게 히카쿠를 부르자, 히카쿠는 재빨리 이즈나에게 다가와 이즈나의 허리를 한 팔로 둘러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른 호위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


이즈나가 의아함을 가득 담아 의문을 토해냈지만, 마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씩 웃으며 제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신이 되는 것은 나다.”


말을 마친 마다라는 곧바로 눈앞에 있는 형제의 팔을 베었다. 태양의 검 아마테라스로 베자 그는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 !”

제길, 이게 무슨 짓이냐!”


곧바로 형제들이 일어나 공격할 자세를 잡았다. 마다라는 한 번 장로들을 향해 시선을 주더니 곧바로 달려들었다. 거의 반미터는 넘을 듯 한 칼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차례차례 형제들을 베어갔다.

이것은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이즈나는 형의 처음 보는 모습과 마치 살육을 즐기는 듯 미소를 띠고 있는 표정에 덜덜 떨었다. 히카쿠는 그런 이즈나와 마다라를 번갈아 보면서 어제의 대화를 떠올렸다.


히카쿠. 나는 이즈나를 지킬 거야.

하지만 어떤 수로?

내가 모두를 죽이고, 대리자를 이즈나로 만들 거야.

그 뜻은 마다라님께서 죽으시겠다는 뜻입니까?

죽는 것도 맞지. 하지만 내 육체는 죽지 않아. 의식만 죽을 뿐이지.

그게 무슨.


츠쿠요미의 칼날이 또 다시 형제의 목을 베었다. 피가 뿜어지고 마다라의 옷에도 튀었다. 이미 전신이 피범벅이 되었지만 마다라는 다섯의 형제를 모두 없앨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 붉은 눈이 가끔 뒤를 돌아볼 때면, 이즈나는 저도 죽일 것 같아서 움찔거렸다.

전에는 형에게 죽임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이즈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만약 이것이 형의 진정한 모습이고, 여태 알아왔던 형의 상냥한 모습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연기를 했단 것이라면? 그런 생각이 들자 멍하니 형을 바라보았다.

남은 형제는 둘이었다. 한명은 팔이 잘렸고, 다른 한명은 복부가 베였다. 둘은 이즈나를 비웃던 형제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협력하기로 했는지 곧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더니 마다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얼어버려!”


팔이 잘린 자의 능력은 마다라와는 반대로 사람을 얼려버리는 것일까? 이즈나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의 목이 잘렸다. 마다라가 더 빠른 속도로 뛰어와 그의 목을 친 것이다. 목이 베이고, ? 하는 표정의 목이 하늘로 떠올랐다가 땅으로 떨어졌다. 목을 잃은 몸은 몇 걸음을 더 이동하다가 앞으로 엎어졌다. 이미 그런 식으로 베인 시체가 셋이었다.

그 다음은 복부가 베인 자의 차례였다. 마다라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그를 바라보자, 그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가 나무로 이루어진 벽이 등에 닿자 큭, 하는 신음을 흘리더니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더 다가오면 네 몸을 조각내버린다!”

조각내버린다? 우습군.”


시리도록 차갑게 말한 마다라는 아마테라스를 위로 뻗었다. 그리고 살육전의 다섯 번째 희생자가 시선을 위로 올리자, 다른 손의 츠쿠요미를 그의 복부에 던졌다. ! 하는 비음을 토해낸 그는 곧바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마다라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복부에 깊숙이 찔려있는 츠쿠요미를 뽑아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즈나 뿐인 상황이었다.

그곳에 모여 있는 살아있는사람은 장로 다섯, 호위 여섯, 살육을 펼친 마다라, 아직 살아있는 살육의 희생자가 돼야 할 이즈나, 그리고 형제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의식장은 싸늘한 침묵에 휩싸였다. 누구 하나 쉽사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만약 말을 잘못 꺼냈다가는 우치하 일족의 두 비검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마다라에게 목이 잘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마다라는 모두를 한 번 돌아보고는 오른 팔로 뺨에 묻은 피를 닦았다. 뺨에 피가 번졌다. 열 살의 소년이, 전쟁에 나선 전사 같았다.

마다라가 팔목에 묻은 피를 보고 있자, 장로중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우치하 마다라! 의식의 방식은 틀렸으나, 결국 너는 네 형제를 처리했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도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남은 하나가 저를 가리킨다는 것쯤은 이즈나도 알 수 있었다. 마다라는 이즈나를 보았다. 겁에 질린 동생을 한 번 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시선이 장로들에게 향했다.


내가 신에게 선택받아도 모든 걸 멋대로 결정지을 너희가 마음에 들지 않아.”

, 무슨!”


마다라의 말은, 장로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는 것과 같았다. 마다라는 몸을 완전히 장로들이 있는 방향으로 틀고는 한 걸음 옮겼다. 장로들은 곧바로 손목에 걸쳐있는 염주들을 풀고는 감고 있던 눈을 날카롭게 떴다.


우리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이런 괴물이 또 세상에 나타나다니.”


염주에 빛이 나더니 마다라의 주변에 봉인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장로들의 손에는 무기들이 들렸다. 검과 도끼와 몽둥이, 그리고 창과 부채. 그들은 진심으로 마다라와 싸울 준비를 한 것 같았다.


호오. 덤빌 테냐?”

네가 어디서 그 검들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평화를 위해 너를 봉인하겠다!”

평화라…….”


느릿하게 말한 마다라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는 봉인진의 글자를 튕겨냈다. 그 다음 츠쿠요미로 마룻바닥을 그어 봉인진을 끊어버렸다.


크흑!”


봉인을 담당하던 장로가 신음을 내자, 마다라는 곧바로 뛰어올라 봉인진에서 벗어났다. 두 장로가 마다라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장로에 있는 것이 헛실력은 아닌지 츠쿠요미와 아마테라스를 든 마다라와 대등하게 싸웠다.

그러나 마다라는 곧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노인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우치하 일족에서도 특별한 자에게만 나타나는 붉은 눈. 그 눈을 마주한 장로는 곧 움직임이 멈추었다. 마다라는 그 틈에 그에게 달려들어 목을 베었다.


커억!”


늙은 노인이 하나 쓰러지자, 다른 노인이 큭, 하는 신음을 냈다. 마다라는 지체 없이 뒤돌아 그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창을 든 노인은 검 날을 정확히 파악해 마다라의 검들을 막았다. 마다라도 귀찮은지 인상을 쓰고는 곧 기합을 냈다.


하아압!”


재빨리 위로 뛰어올라 한 바퀴를 돌면서 츠쿠요미를 아래로 던지자, 노인이 창으로 받아냈다. 그 틈에 아래로 떨어지면서 아마테라스로 노인의 목에 검을 찔러 넣으며 씩 웃자, 노인은 비통한 소리를 내면서 쓰러졌다.

마다라는 바닥에 박힌 츠쿠요미를 뽑아들고 남은 세 장로를 바라보았다. 벌써 장로 둘이 당해버리자, 그들은 제법 당황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전력으로 가야겠군.”


노인 하나가 중얼거리자 남은 두 노인이 끄덕였다. 마다라는 속으로 비웃고는 다시 그들을 향해 달렸다. 부채를 든 노인이 부채를 휘두르자, 큰 바람이 일어났다. 마다라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 틈에 몽둥이를 든 장로가 몽둥이를 휘둘렀다. 마다라는 두 검을 교차하여 막아냈으나 뒤로 튕겨졌다.


크윽!”


뒤로 몇 번 뒹군 마다라는 곧 일어나더니 검을 고쳐 쥐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고전인 것 같았다. 마다라는 흘긋 이즈나쪽을 보았다. 호위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어나 흔들리는 눈빛으로 마다라를 보고 있었으나, 히카쿠만은 당황하지 않고 이즈나의 허리를 잡고는 안전하게 지키고 있었다.

이내 마다라는 장로들을 보았고, 오른 손의 검지를 뻗었다. 큰 부채를 들고 있는 노인에게 손가락이 향하자, 그의 옷에 불이 붙었다. 그것은, 마다라의 능력인 발화였다.

마다라의 불은 일반 불과 달리 쉽게 꺼지지 않았다. 그래서 곧 부채를 든 장로의 온몸으로 옮겨갔다. 두 장로는 불에 타죽는 장로를 보며 혀를 찼다.


저 녀석의 능력은 불인가.”

그럼 내가 나서야겠군.”


한 장로가 한 걸음 앞으로 섰다. 마다라는 또 다시 시작될 살육전의 전초에 후우하고 숨을 내쉬다가 이내 앞으로 걸었다. , 세걸음 걷다가 뛰어가기 시작하자 장로는 합! 하고 기합을 하고는 입으로 물을 뿜어냈다. 마다라는 재빨리 몸을 틀어 옆으로 피했다. 장로들은 마다라가 드디어 한 걸음 물러섰다고 생각했는지 후후- 하고 웃었다.

마다라는 이번에는 물인가.’ 하고 작게 말을 내뱉고는 오른 손에 츠쿠요미를 쥐고 왼손에 아마테라스를 쥐었다. 그런 다음 다시 뛰었다. 물을 뿜는 장로가 앞을 막아서자 마다라는 킥, 하고 웃더니 위로 뛰어서 그를 넘었다.


아닛!”


그 다음 공중에서 오른 손의 츠쿠요미를 뒤에 있던 장로에게 던졌고, 왼손의 아마테라스를 아래에 있는 장로에게 던졌다. 몽둥이를 휘두르던 뒤에 있던 장로는 검을 쳐내었지만 물을 뿜는 장로는 등에 검이 꽂혀 쓰러졌다. 마다라는 착지를 하고는 쓰러진 장로에게 다가가서 검을 뽑았다. 질척이는 피의 소리가 온 공간을 울렸다.

하지만 등을 찔린 것만으로는 죽지 않았는지 쓰러진 장로가 으으하는 신음을 내자, 마다라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그 검을 장로의 뒷목에 박아넣었다.


!”


곧 장로는 몸을 들썩이다 멈추었고, 마다라는 검을 뽑고는 마지막 남은 장로를 보았다. 네명의 장로가 모두 죽어버리자 그는 참을 수 없는지 부들부들 떨며 마다라를 노려보았다.


네이놈! 이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죽을테니까.


그 말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다라는 비릿하게 웃으며 츠쿠요미를 고쳐 쥐었다. 남은 장로는 아마 체력적으로 강한 것 같으니까 무작정 돌진해서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장로가 쳐낸 아마테라스가 장로의 근처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도 주워야 했다.

우선 마다라는 자신의 능력을 떠올렸다. 원하는 곳에 불을 일으킬 수 있는 발화의 능력. 만약 잘 이용하면 죽은 장로처럼 불을 뿜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위험한 도박을 했다가 실패하면 끝이다. 자신의 목적은 이즈나를 우치하의 대표로 만드는 것이고, 자신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기에 꼭 이겨야 했다.

마다라는 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 아마테라스를 가리켰다. 그 주위에 불꽃이 일어나 아마테라스를 감쌌다. 이것으로 그 장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장로는 아마테라스를 주우려다 일어난 불꽃 때문에 약간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애송이.”

간다.”


마다라는 다시 뛰었다. 다리가 아파왔으나 참고 견뎠다. 장로도 몽둥이를 휘둘렀다. 츠쿠요미와 몽둥이가 맞물리자, 거대한 진동이 울렸다.


.”


그 진동은 온몸의 피 한 방울까지도 울려버릴 듯 강렬해서 마다라는 서둘러 검을 뗐다. 그리고 옆에 떨어져있는 불길에 들어서서 아마테라스를 주웠다. 마다라는 불에 타지 않는 것 역시 능력 중 하나이기에,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았다.


이것을 이용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마다라는 츠쿠요미의 능력을 생각했다. 달의 신의 검 츠쿠요미. 얼음의 힘을 가졌으니까 모든 것을 얼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이내 마다라는 언제든 공격할 자세를 잡았다. 장로도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몽둥이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앞쪽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이즈나는, 그저 멍하니 형을 보고만 있었다.


형을 응원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형이 죽는 것은 싫어. 하고 생각이 드니까 응원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번에는 먼저 장로가 달려왔다. 마다라는 몇걸음 크게 뛰다가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한바퀴 돌면서 아마테라스를 아래로 던지자, 같은 수에는 당하지 않는다는 듯 장로가 재빨리 뒤를 돌았다. 그리고 아마테라스를 몽둥이로 쳐내자, 마다라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츠쿠요미로 내리찍었다.

정확히 장로의 등에 향한 검에 장로는 으윽, 하는 소리를 내더니 고꾸라졌다. 곧 츠쿠요미의 칼날에 푸른 빛이 나더니 장로의 피를 식혔다. 서서히 죽어가는 장로를 보곤 마다라는 아마테라스를 들고와서 다시 한 번 목에 찍었다. 그 뒤 두 검을 집어 올리자 끈쩍한 피가 따라붙었다. 이미 온몸이 피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방해물은 없었다.

마다라는 제단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뒤를 돌았다.


이즈나. 이리오렴.”


이즈나를 부르는 형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그래서 이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종걸음으로 마다라에게 향했다. 가는 길에 쓰러진 시체를 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형 앞에 도착하자, 마다라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더 이상 소름끼치지 않았다.

마다라는 이즈나에게 츠쿠요미를 쥐어주었다. 유일하게 손잡이에는 피가 묻지 않았다. 사실, 손잡이에 묻을 피는 마다라의 손에 묻어버렸기 때문에 그부분이 깨끗한 것이었다.


이즈나. 이 검을 받아. 이젠 네 검이야.”

하지만!”

그리고 우치하의 지도자는 이제부터 너란다.”


그렇게 말하며 마다라는 다시 한 번 웃었다. 항상 이야기하던 형과 같은 모습에 이즈나는 저도모르게 끄덕일 뻔 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이건 한 사람만 살아남아야 한다고 들었어. 그럼 내가 아니라 형이!”

아니. 우치하의 리더는 네가 되야 해. 그리고 나는 죽겠지.”

우리가 싸워야 해?”


조금 울먹이며 이즈나가 묻자 마다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즈나를 뒤돌게 하더니 자신의 팔목에 걸려있는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어주었다. 그런 다음 이즈나를 이끌어 제단 아래에 섰다.


그 검은 츠쿠요미. 얼음의 검이야. 내 검은 아마테라스. 불의 검이지. 불은 얼음을 녹이지만, 얼음은 녹으면서 불을 이길 수 있어. 그렇기에 얼음의 검은 네가 맡아야 해.”

어째서?”


이즈나의 물음에 마다라는 씁쓸하게 웃었다.


다음의 나를 막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게 무슨 뜻이야?”

…….”


마다라는 말 없이 뒤돌았다.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붉은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이제부터 우치하의 주인은 이즈나다! 불만있는 자 있는가! 있으면 지금 결판을 내겠다!”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대답을 했다. 그러나 형제들의 호위를 맡았던 자들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마다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히카쿠가 그들의 앞에 나서서 말했다.


너희도 이제는 선택해라. 저분을 따를 것인지, 죽은 전 주인을 따를 것인지. 만약, 저분께 해를 가하려 한다면 내가 먼저 막아서겠다.”


그렇게 말하며 히카쿠는 허리의 칼을 뽑아들었다. 히카쿠의 실력은 호위들 중에서도 상위에 속했다. 그런 히카쿠가 어째서 지도자의 가능성이 낮은 여섯째와 일곱째를 맡았는가에 대한 의견도 여러개 있었다. 이제야 풀리는 의문에 그들은 하나 둘 고개를 숙였다.


우린 저분을 따르겠다.”


모두 고개를 숙이자, 히카쿠가 마다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다라는 다시 제단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의 신, 스사노오여.”


그 부름에 불의 검 아마테라스와 얼음의 검 츠쿠요미에서 각각 붉은빛과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곧 제단에는 거대한 귀신의 형태가 나타났다. 그것이 말했다.


누가 이번의 주인이냐.”

이 아이우치하 이즈나다.”


스사노오의 눈이 마다라와 이즈나에게 향했다. 이즈나는 그 날카로운 눈빛에 깜짝 놀라 검을 떨어뜨렸다. 곧 마다라가 다시 주워서 이즈나의 손에 쥐어주자, 스사노오가 말했다.


살아남은 것은 네가 아니냐.”

우치하의 주인은 이즈나다. 그것을 위한 제물은 나다.”

의식의 해방인가이 아이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스사노오의 말에 마다라는 씨익 웃었다.


물론. 나는 내 동생을 믿는다.”

…….”


이즈나는 과연 자신이 우치하를 이끌 수 있는가 생각했다. 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어리고 능력도 없다. 어쩌면 능력 자체가 없는 무능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형은 그런 자신을 일족의 장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어째서.”

난 널 믿어.”


이즈나를 향해 웃어준 마다라는 다시 스사노오를 보았다. 그리고 아마테라스를 높이 들며 외쳤다.


나 우치하 마다라의 의식을 제물로 하여 우치하 이즈나의 능력을 해방한다! 그대라면 가능하겠지!”


이즈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능력의 해방이라는 것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스사노오는 마다라의 외침에 크게 웃더니 좋다고 대답했다. 승낙을 받은 마다라는 다시 외쳤다.


히카쿠! 이즈나를 부탁한다!”

!”


히카쿠의 대답에 만족한 미소를 지은 마다라는, 계단을 올랐다. 이즈나는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 느끼고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의식은 뭐야? 어째서 형이 희생하는 건데!”

괜찮아. 그저, ‘지금의 나라는 존재가 사라질 뿐이야. 의식이 끝나도 나는 죽지 않아. 기억도 사라지지 않아. 그저, 내가 아닌 다른 우치하 마다라로 바뀔 뿐이야. 두 번째 마다라도 잘 부탁해. 이즈나.”

그런…….”


스사노오의 앞에 선 마다라는 이제 시작하자고 말했다. 스사노오는 계약의 내용을 읊었다.


네 정신을 대가로 우치하 이즈나는 그 능력을 개방하며, 네 정신을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 그 성격을 선택할 권한을 주지.”


스사노오의 호의에 호오하고 감탄을 내뱉은 마다라는 이내 킥킥 웃으며 말했다.


성격은 개차반에 구제불능에 항상 사고를 치는 놈으로 해줘. 하지만 우서순위는 이즈나이며, 결코 이즈나를 해할 수 없어. 만약 이즈나를 해하려고 하면 계약의 인이 반응하도록 해줘. 그리고 좀 더 정신력이 강한 녀석으로 부탁해. 나는 정신머리가 약해빠져서 더 이상은 한계거든.”

알겠다. 그렇다면 네 정신을 가져가겠다.”


이내 스사노오에게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즈나는 형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빛에 막혀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고, 이즈나는 비통한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어째서, 어째서야흐윽.”


마다라는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즈나가 무사하다는 생각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점점 잠이 몰려왔다. 눈을 감으면, 더 이상의 자신은 없고 새로운 자신이 대체되겠지. 하지만 후회는 없다. 비록 성격을 이상하게 만들어놔도 이즈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녀석이 될 테니까.

마다라는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안녕, 이즈나.

다음의 도 잘 부탁해.

 

스사노오에게서 나오던 빛이 사라지고, 그곳에는 기절한 마다라와 아마테라스의 검만이 남아 있었다. 지금이라면 우치하 마다라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다른 형제들의 호위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 앞에 서있는 히카쿠가 살기를 내뿜자 큭, 하는 신음을 흘리며 얌전히 있어야 했다.

히카쿠는 곧바로 이즈나에게 달려갔다. 이즈나는 푸른 검을 꼭 쥐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이즈나가 충격을 받은 것 갇다고 여긴 히카쿠는 우선 자신의 품에 이즈나를 묻었다. 곧 이즈나가 훌쩍였다.


형은사라지는 거야?”

마다라님은, 새로 태어날 것입니다.”


대답을 한 히카쿠는 이즈나의 손을 잡고서 제단으로 올라갔다. 피범벅이 되었던 마다라는 아주 깨끗한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그 옆의 붉은 검 아마테라스도 붉게 반짝이며 위광을 나타내었다.







예전에 팬북이 자의서까지 나왔을때... 마다라 이즈나 형제 말고ㅜ 우치하일족 나온게 히카쿠밖에 없어서 그때 히카쿠를 꽤 좋아했어서... 꽤 많이 썼던거 같아요... 뭔가 시리즈로 가려고 했었는데 한편 쓰고나니까 더이상은 모르겠고ㅜ 놀랍게도 현대물을 가장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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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 :

ㅇㅂㅌ

2019. 3. 31. 00:35 from

내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일 년 내내 비가 내린다는 마을이 있다는 것은 오래 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일 년 내내 안개가 끼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안개 마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때 오비토는 만약 휴가가 생기면 적어도 그 마을들에는 가지 않겠다며 스승과 동료에게 큰소리를 쳤다. 이제는 그 기억조차 희미해져, 스스로의 의지로 가기 싫었던 두 마을 중 하나인 비마을에 도착했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저질이라고, 그가 칭하긴 했지만 신체의 절반을 채우고, 아예 몸을 감싸기까지 한 가짜인간과, 그의 의지로 반을 채운 가짜인간도 있었다. 비마을이라는 이름답게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비가 온몸을 젖혔다. 그래서 미리 입고 온 후드의 모자를 썼다. 그 이전에 이미 가짜인간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오른쪽 눈만 빼고.

만약, 다른 상황이었다면 한 번쯤은 마을을 구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오비토는 계획에 첫발을 내미려는 상황이었다. 질척한 땅의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비록 한쪽 눈밖에 없지만, 그 웅덩이들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가 내리는 호수나 물웅덩이가 보고 싶어.

죽어버린 린. 언젠가 둘이서 이야기 했을 때, 그녀는 그것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비가 내리는 호수나 웅덩이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녀가 보고 싶다고 했던 모든 것을 대신 볼 것이다. 이 세계가 아직 존재할 때 까지는.

 

[오비토. 곧 도착해.]

 

오비토에게 감겨있던 가짜인간이 말했다. 오비토는 웅덩이가 보이도록 내린 시선을 올렸다. 비에 젖은 바위 뒤에 숨어서 절벽을 깎아 만든 아래의 세 명을 보았다. 오비토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주황색의 짧은 머리를 한 청년이었다.

 

“…예전의 나 같네.”

[…뭐?]

“…아니. 아무것도 아냐.”

 

오비토의 시야에 들어온 주황머리의 청년은 나머지 두 명에게 뭐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열심히 손까지 움직이면서 설명을 하자, 나머지 두 명은 고개를 젓기도 하고 끄덕이기도 했다. 열정적이다. 순간 든 생각에 오비토는 고개를 한 번 저었다. 그 다음에야 오비토는 나머지 두 사람을 보았다. 먼저 보인 사람은 푸른색 머리카락에 나쁘지 않은 인상을 가진 여자였다.

 

“…우리가 찾아야 할 녀석은?”

 

일단, 오비토는 푸른 머리의 여자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은 바로 알아차렸다. 아마 그녀는 자신의 그녀와 같은 역할이리라. 그 생각을 하고서 오비토는 잠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그녀가 덧없이 사라진 듯이 아마 저곳에 있는 여자 역시 언젠가는 사라지리라. 당사자들에게 전혀 미안함조차 없는 상상을 하고서야 가짜인간의 목소리에 대답을 했다.

 

[저기 붉은 머리 보여? 그녀석이 나가토야.]

“마다라의 진짜 눈? 윤회안?”

[응. 나가토가 아주 어릴 때, 몰래 눈을 바꿨지. 녀석은 자신의 눈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뒤로 가짜인간의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오비토는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나가토의 눈을 보았다. 한쪽 눈을 머리카락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쪽 눈은 분명히 보였다. 보랏빛이 감돌고, 나선무늬가 있는 눈. 윤회안.

 

“……이상해.”

[뭐가?]

 

가짜인간의 물음에 오비토는 짧게 침묵하더니 그냥, 하고 대답했다. 사실 우발적으로 나온 말이라, 오비토는 왜 이상하다고 말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뭐가 이상해?] 가짜인간의 물음에 오비토는 몇 초를 침묵하더니 가자고 말했다. 그 다음에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했다.

 

“나가토에게 접근하고, 녀석을 이용해서 미수를 모으자. 그 다음엔 마다라를 부활시키고.”

[…준비는 됐어?]

“…응. 가자.”

 

오비토는 감각이 있는 왼쪽 손으로 주먹을 한 번 쥐고는 걷기 시작했다. 뒤이어 가짜인간이 따라왔다. 빗소리에 걷는 소리가 묻힌 것인지, 세 명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을 때까지 셋은 눈치 채지 못했다. 비로소, 다가가서야 나가토가 오비토와 시선을 맞추었다.

 

“당신은… 누구죠?”

 

나가토와 접촉했다. 이제 이 순간부터 자신은 오비토가 아니다. 오비토라는 존재는 죽었고, 그녀가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는 그의 이름을 빌어야 한다.

오비토는 비가 내리지 않는 안으로 들어와서 말했다.

 

“우치하 마다라.”

 

 

 

─매일 같은 시간에 오겠다. 너도 결국은 이해하게 될 거야.

 

사실 그 말은 충동적으로 건넨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야 많기에, 그 말을 지키러 매일 찾아갈 수는 있었다. 어차피 계획을 위해서는 나가토가 필요했기에, 매일 만나러가서 협력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다신 오지 마라.’

 

그 주황머리의 남자가 한 말이었다. 계획에 중요한 것은 나가토인데도, 오비토의 눈에 먼저 들어왔으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인상을 준 남자였다. 왜? 스스로에게 되묻자 어딘가 답답한 이질감만 돌아왔다. 그리고 푸른 머리의 여자를 떠올리면, 그녀가 떠올랐다.

 

“도대체 왜?”

[투정은 그만하고, 비를 피하자. 오비토.]

 

가짜인간이 몇 번이나 비를 피하자고 요구해왔지만, 오비토는 듣지 않았다.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진짜로, 왜인지 알 수 없지만 답답하고, 기이한 느낌의 정체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주황머리는 이름이 뭐지?”

[야히코. 야히코야. 그건 왜?]

“여자는?”

[코난이었나… 그런데, 왜?]

 

자신이 아는 사람들과 이름이 중복되지는 않았다.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도 없었고. 아니, 색으로만 따진다면 비슷한 사람이야 있다. 하지만 그게 기묘한 느낌의 이유는 아닐 거라고, 오비토는 확신했다.

 

[오비토. 언제까지 있을 거야? 차라리 나가토에게 다시 찾아가지?]

“아니. 내일 갈 거야. 매일 찾아가겠다고 했으니까.”

[…그럼 비 좀 피하던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러게. 왜일까. 속으로만 내뱉은 대답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비토는 고개를 돌려 그 셋이 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 셋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아카츠키. 조직의 이름. 리더는 야히코. 하지만 능력은 나가토가 우위. 둘의 관계를 조율하고, 정보의 흐름을 조율하는 사람은 코난. 셋의 역할은 정해져 있었다.

 

“역할…인가.”

 

오비토는 실소했다. 알 수 없던 이질감은 일주일이 돼서야 겨우 풀렸다. 왜 야히코가 먼저 눈에 띄었는지, 왜 이질감이 들었는지, 왜 그들을 주시하게 되었는지.

 

“똑같잖아. 우리들이랑…….”

[뭐가?]

“역할이.”

[무슨 역할?]

“저 녀석들이랑 나랑.”

[…사륜안이랑 윤회안?]

“……아니.”

 

아마 가짜인간은 이해할 수 없으리라. 의지도 있고 육체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결국은 가짜라는 것인지, 가짜인간은 계속 되물었다. 그러니까, 뭐가 비슷하냐니까? 계속되는 질문에 오비토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아니, 이 몸이 되고 나서 시간이 조금밖에 흐르지 않았던 때. 차라리 그때라면 가짜인간의 질문에 답답해하면서 대답을 확실히 하거나, 화를 내거나 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대답할 기운조차 사라졌다. 깨달았다고 해야 할지,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고 해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은 알았다. 역할. 간단한 단어에 담긴 것을.

야히코는 오비토와 비슷했다. 생김새도 셋 중 유일하게 오비토와 비슷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성격이었다. 전쟁이 가득한 마을에서도 야히코는 평화와 이해를 주장하고 있었다. 쉽게 정의해서, 열정적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가토는 재능이 있다. 그 재능 자체는 본인의 것이 아니지만, 결국 모두가 나가토의 재능으로 알고 있으며 나가토는 그 재능으로 야히코의 뜻에 동조하고 있다. 코난은 그 둘 사이의 홍일점이며, 아마도 그들의 빛이라고, 오비토는 생각했다.

오비토 자신과 그녀 린, 그리고 카카시.

 

“…….”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까, 뭐라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더 이상의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마치 카카시가 린의 심장을 꿰뚫었을 때처럼이나 큰 충격 같았다. 세 명이라는 것에서, 알아차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들이 자신들과 같은 역할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말려야 하나? 지켜봐야 하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모르겠어.”

[뭘?]

“저 중 하나는 죽을 거야.”

[어? 무슨 소리야?]

“‘우치하 오비토’가 죽은 것처럼. 저 중 하나가 죽어야 나가토는 계획의 일부가 될 거야.”

[그럼 죽일까?]

 

역시 가짜인간의 사고로는 이게 한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가짜인간의 사고를 닮고 싶었다. 저 셋은 이미 가족인데, 자신에게 린과 카카시와 같이 소중한 존재인데, 그것을 알면서 죽인다? 그-마다라라면 그렇게 하라고 했겠지. 하지만 이해는 해줬을지도 몰랐다.

 

“세상은 잔인해.”

[…마다라도 항상 그 소리던데, 도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원래 세상은 약육강식이잖아.]

“…….”

 

여태 오비토가 나가토에게 한 말은 모두 그에게 들은 것들이었다. 그가 미래를 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딱히 스스로도 할 말은 없었고, 할 말이라고는 이 세계는 거짓되었다는 것뿐이니까 미리 할 말 좀 알려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매일 그곳에 있으면서 들었던 말들을 나가토에게 하며 설득을 시도한지 일주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은, 아직 자신이 인간의 마음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멈추면, 난 린을 만나지 못하겠지?”

[그야 당연하지. 아니면, 마다라의 의지를 잇지 않을 거야?]

“……아니. 린은 죽었어. 그리고… 녀석들은 결국 지키지 못 할 거야.”

[뭐야. 꼭 마다라 같은 말이잖아.]

 

점점, 가짜인간에게 대답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비토는 일부러 말을 늘리지 않았다.

 

 

똑같은 것을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당신, 또 왔어?”

 

나가토에게서 꽤나 질린다는 듯 들려온 말에 오비토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에 나가토가 이상하네, 라고 말하며 시선을 옮겼다. 몇 개월 째 계속되는 제의에는 정말로 말밖에 오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가토는 일단 하루에 한 번, 약속된 장소에서 대화만 나누고 돌아와서 코난과 야히코에게 또 다녀왔다는 식의 말만 들려주면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럴 줄 알았다.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다.”

 

항상 오비토가 나가토에게 하는 첫 음절은 ‘아직 생각이 바뀌지 않았나?’였다. 그래서 나가토는 또 그 말이 들려오겠다 싶었지만, 오늘의 오비토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소년은 좋아하는 소녀가 있었지. 소녀의 곁에는 소년과 소녀의 친구인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소년보다 강하고 책임감이 있었다. 그래서 소년은 남자아이를 이기고 싶어 했지.”

“…….”

“그들에겐 스승이 있었다. 그 셋이 만나게 된 계기도 스승의 제자가 되어서였지. 소년은 그녀를 만난 것이 생에 최고의 행운이라 여겼다.”

 

나가토는 벽에 기대서서 가만히 들었다. 오비토는 쉬지 않고 계속 말했다.

 

“두 소년은 라이벌이며 친구였다. 소년 둘과 소녀, 강한 소년과 재능이 있는 소년, 그 둘을 이어주는 소녀. 그리고 꿈이 있는 소년. 누구와 닮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

“……우리의 이야기인가?”

 

그 말에 오비토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나가토는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오비토는 그 자리에서 한 번 빙글, 돌았다. 여전히 삭막하기 그지없는 장소다. 아무 색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빛도 없는 장소. 이미 이 세계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

“별로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은 표정이군.”

“내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야.”

“……결론만 말하지.”

너는 네 동료를 지킬 수 없어. 네 동료 중 하나는 반드시 죽을 거야.

“……무슨 개소리야.”

 

나가토는 눈에 띄게 흉흉해진 분위기로 오비토를 노려보았다. 오비토는 소리없이 웃었다. 비웃음 같기도 하며, 순수한 웃음 같기도 하고, 허탈한 웃음 같기도 했다. 종래에 오비토는 결국 바깥으로 걸어가며, 멀쩡한 손으로 얼굴의 반을 쓸어내렸다. 이제는 웃음이 아니라 울음이 새나오는 것 같았다. 오비토는 울지 않았다. 웃지도 않았다. 그 모든 것은 속에서 이루어졌을 뿐이다.

 

 

 

 

나루토 연재 당시에... 아주 예전에... 오래전에... 몇 년 전에... 썼던 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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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