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ㄷㄹ

2019. 4. 4. 19:18 from




딱히 늦은 시각도 아니건만 눈이 침침해졌다. 마다라는 한 글자를 더 새기고 붓을 내렸다.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눈두덩이를 가볍게 눌렀다. 눈을 뜨고 하얀 종이를 확인해보니, 썩 나아지지는 않아보였다. 최근 몇 주째 제대로 쉰 적이 없는 몸은 얼른 휴식을 원한다고 아우성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마다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대신 자리 잡고 있는 천막을 걷었다. 좁은 막사 안은 향내가 가득 베여 있었지만 밖의 공기가 통하는 순간 인상이 써질 수밖에 없었다. 밤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으며, 사방이 온통 불바다였다. 피와 불이 어우러진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다.

“나오셨습니까?”

밖을 지키고 있던 보초 하나가 물어왔지만 마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주변 없기로 으뜸인 것은 일족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기에 보초도 한 번 더 묻는 짓은 하지 않았다. 흘긋 보초를 훑자, 이번 전투에서 입은 상처 때문인지 어깨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정도 상처야 흔하니 일부러 괜찮냐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마다라는 보초를 지나쳐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불은 가장 익숙한 것이라, 사방에 퍼진 불꽃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너져가는 집과 천막, 나무에 깔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소리치는 사람들, 동료에게서 세나오는 피를 막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포로들을 감시하는 사람들, 기도하는 사람들. 그들은 등에 붉은 색과 흰색이 섞인 부채의 문양을 가진, 우치하 일족이었다.

이번 전투는 우치하 일족이 이긴 것이다. 허나 승리한 일족의 모양새가 아니었다.

마다라는 잠시 멈춰 섰다. 좌우를 돌아보니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지옥과 흡사했다.

“패배보다 비참한 승리인가.”

스스로 내뱉고도 그 말에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다라는 왼손으로는 주먹을 그러쥐고 오른손으로는 눈두덩을 다시 꾹꾹 눌렸다. 역시 침침함은 가시지 않았다.

손을 내린 후, 다시 걷기 시작하니 비참한 승리에 탄식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대게는 죽은 동료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였다. 마다라는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 이내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료가 몇 죽는다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그저, 가장 높은 지위인 당주가 바라보면 그들은 분명 일어나 인사를 할 게 뻔하니 배려하는 것이다.

비명이 가득한 곳에서 벗어나 나있는 길을 걸으니 점차 조용해져갔다. 정비되지 않은 흙길에 부서진 칼날들이 박혀있다. 대부분 위헙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 앞에 있는 것들은 위험해 보였다. 치울까말까 생각하다가 보니 그보다 앞에, 다리가 부러진 사람을 부축하며 치료소로 가는 사람이 있다. 부축하는 사람도 옆구리를 베여, 옷을 찢어 묶어둔 상태로 둘 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서로 조금만 버티라며 위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치료소는 아까까지 머물던 막사 바로 뒤편이라 위협이 될 요소는 없었다. 마다라는 소매 안쪽에서 그곳에서 받은 하얀 붕대를 꺼냈다. 길이도 짧아 몇 번 감으면 동날 수준이었지만, 이것마저도 지위가 있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한 손에 붕대를 쥔 마다라는 길에 박힌 날들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세로로 박힌 칼은 뽑아 옆으로 던지고, 깨진 것들을 밟아서 부쉈다. 그것들을 부수면서, 이 길로 지나온 부상자들의 피를 머금은 빛에 혐오감이 느껴졌다. 길을 정리한 후, 마다라는 다시 걸었다. 그를 알아본 두 부상자가 당황하는 게 보이자, 그는 들고 있던 붕대를 앞으로 던졌다.

“받아라.”

붕대를 받고서 어쩔 줄 몰라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는 둘의 모습에도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받으라는 말 외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옆을 지나쳐가는 당주의 모습에 두 부상자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마다라는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자정이 지나면, 내일이 되면 여기를 뜰 수 있다. 내일까지만 버티면 모두 살 수 있다. 하지만 몇 시간 전까지 이어진 전투 탓에 살아 돌아갈 사람이 많지 않다. 걸으면 걸을수록 보이는 것은 죽어가거나, 죽은 사람들뿐이다.

걷고 걸어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까지 오니 보이는 것이 없었다. 검은 재밖에 없어 사람도, 식물도, 무기도 아무것도 없었다. 완전히 죽어버린 땅이었다.

거기까지 가고나니 더 갈 데가 없었다. 마다라는 그제야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뒤를 돌았다. 왔던 길을 그대로 걸어 다시 막사에 도착했다. 천막을 걷어 안으로 들어가니 짙은 향내가 온몸을 나른하게 감쌌다. 마다라는 깊게 숨을 들이키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책상 옆 펼쳐진 이부자리에 털썩 엎어져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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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ㅁㄷㅎㅅ2

2019. 4. 3. 00:14 from


 

 

전생의 나에겐, 책임질 동생은 총 네 명이었다. 그 시대엔 일족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를 해주었고, 제발 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죽지 않기를 빌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인술이라면 분명 존재는 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우치하 일족은 공격형 일족이라 해당되지 않았다. 그래서 면역력이 조금이나마 강해질 다섯 살. 혹은 재능이 있으면 세 살. 그 때까지는 일족에서 철저히 보호를 했다.

첫 번째 동생인 이즈나는, 몸도 마음도 여린 아이였다. 내 기준으로 말하자면, 닌자로써는 실격이고, 험난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동생인 만큼 내가 책임을 져 보호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둘째 동생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셋째도, 넷째도 역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같은 아버지를 둔 다른 어미에서 난 자식이라 그런지, 내게 있어 강한 인상은 남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정확히 언제 그들이 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동생은 모두 똑같이 사랑했다. 출신보단 그저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관계라면 언제나 웃어주었다. 어린 동생들의 순수한 미소를 보면 기분이 좋았고, 싸워나갈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그 미소를 보고 웃어주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냉정한 현실은 조금만 방심해도 일족을 역사의 저편으로 몰아붙이고,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즈나도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흐릿해진 기억 속을 더듬어도 떠올려지지 않는 것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넷째 동생은 죽었다는 것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셋째 동생과 같이 나보고 잘 갔다 오라며 반겨주었던 동생이, 싸늘한 주검인 상태로 나를 맞았을 때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이즈나도, 둘째도, 셋째도, 나도 동생의 장례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봐왔지만 혈육이 죽었기에 처음으로 죽음의 실감을 느꼈다. 불에 태워 재로 만들고, 산에 뿌리러 갈 때까지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그제야 다시금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고, 누구나 예외는 없다는 것을.

그 후 현실을 깨달은 나는 시간이 지나 두 번째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셋째 동생은 여자아이였다. 여자닌자도 분명 존재했지만, 몸이 약한 어미아래서 태어난 셋째는 역시 몸이 약해 닌자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땅의 영주의 첩으로 들이기 위해 선택되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지금 생각하면 어떤 의미로 받아 들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이즈나는 셋째와의 이별은 이미 예고되었고, 조금씩 정을 때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즈나에게는 자주 웃어주었지만, 셋째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셋째는 그저 빨리 보고 싶다며 손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둘째 동생은 제법 강했다, 그게 다였다. 제법 강했기 때문에 살아남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나는 그애가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도 몰랐다.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땅에 묻힌 뒤였다. 구슬프게 우는 소리가 며칠이고 들렸다.

그 후 얼마 뒤, 셋째는 영주와의 혼인으로 우치하를 떠났다. 하지만 얼마안가 죽었다라고 소식을 전해 들었었다. 약한 아이여서 죽었구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다른 일족에서도 영주의 첩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고, 그 자리가 우치하가 선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습격을 했다라는 것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야 들었다.

혈육의 죽음을 겪고 난 후, 이즈나만은 내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혹시 이즈나도 죽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이 점차 회복되었다. 그리고 이즈나는

 

꿈은 거기서 끝이 났다. 눈을 뜨고 하얀 천장을 응시하며 이즈나는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이즈나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막막한 기분만 들었다. 식은땀이 이마에 고여 있었다. 손으로 이마를 쓸고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자, 조금은 편안해졌다.

이즈나…….”

처음으로 이즈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즈나의 이름은 전생의 것. 그래서 전생의 것은 절대 부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이즈나의 이름을 부른 것은, 곧 지독한 추억의 기억으로 돌아왔다.

…….”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하얀 천장에 이즈나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것이 환상 비슷한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에는 너무 어린데. 다시 태어났으니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과거는 모두 잊어버리자고 했는데 차례차례 다가온 과거의 것들로 인해 그것이 실패했다.

고아원의 하시라마. 녀석은 전생의 그 하시라마가 맞았다.

그리고 나의 동생. 이즈나.

엄마는 동생을 가졌다. 그것을 안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따라 유독 기뻐보여서 일로 인해 별거중인 아빠가 돌아왔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그 소식은 곧 고아원으로 전해졌고,

하시라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생 이름은 이즈나로 할 거지?’

그러면서 그리운 듯 웃었다.

과거의 것, 두 번째는 이즈나의 이름.

역시 전생의 것.

조금 씁쓸해진다.

 


 

나는 하시라마를 싫어한다.

이 정도의 표현이 가장 순화되고 미화된 표현이다. 싫어한다고 말을 하여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는 가지각색이다. 가령 친구 사이에 나 너 싫어해.’ 하고 말 한다면 대부분 장난으로 넘긴다. 처음엔 줄곧 싫다고 말해왔으나 해를 넘기면서 그만두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게다가 나와 하시라마는, 일단 누가봐도 친구 사이다. 설령 그것을 내가 부정해도 이미 친구 사이라고 찍힌 이상은 그 관계를 철폐하기 어려웠다.

내가 하시라마를 얼마나 싫어 하냐면, 증오에 더 가깝다고 말 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릴 때의 악연이나, 질긴 악연 수준이겠지만, 그것 역시 우리에게는 그 이상의 악연으로 치부된다. 전생의 악연, , 전생의 것전생의 것은 내가 멋대로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지만, 하시라마도 전생의 것에 포함되는 이상 그 순간부터 호의 따위는 사라지기 충분하다.

만약 이 세계가 전쟁 중인 세계라던가, 혹은 시간대가 다른 닌자 세계라면 나는 마음 놓고 하시라마를 죽일 수 있겠지. 전쟁에서 싸워나가던 중 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있고, 인정하긴 싫지만 적의 대장으로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내 상관이라던가, 내 부하라던가, 같은 편으로 만날 가능성도 있고. 물론 어느 쪽이라도 나는 녀석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는 이럴 때마다 혼자 자문하며 답을 구했다. 연습장을 꺼냈다. 온갖 낙서가 가득한 페이지를 넘기고 또박또박 쓰기 시작했다.

나는 왜 녀석을 죽이려 하지?

순간적으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왜 녀석을 싫어하나. 그렇게 묻는다면 할 말은 많다. 녀석은 적이었다. 그리고 나를 죽였다. 그것이 녀석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나를 죽였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과 하시라마의 죽음은 무슨 관계지?

내가 복수하려는 거잖아.

하지만 어떻게?

녀석은 천천히 괴롭혀서.

어떤 식으로?

알게 모르게.

구체적으로는?

녀석과 친구가 되는 척 하면서 마지막에 배신을 할 거야녀석이 완전히 날 믿으면 그때 배신을 해서 녀석이 울부짖는 모습을 볼 거야.

그걸로 만족해?

일단은.

그렇다면 더 괴롭힐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많았다. 신뢰를 주고 마지막 순간에 배신하는 것, 스파이의 기본적인 전술이었다. 그게 커지면 사랑이 되었다. 사랑으로 살아남고 사랑으로 죽어간 사람은 많았다. 서로 사랑하는 닌자 연인이 결국 서로의 사랑을 위해 도망을 간다거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는 떠돌았다. 그것을 가장 하찮게 여긴 것은 나였다. 동시에 그것으로 가장 충격을 먹은 것 역시 나였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기로 했는데.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체 천장을 바라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덕에, 꿈의 뒷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즈나에 관한 이야기. 꿈에서 결말을 짓지 못한 과거.

이즈나는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다.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일족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데, 여자가 우선순위의 첫 번째가 되었다. 그래도 나는 이즈나를 이해했다. 어차피 이즈나는 닌자로써 전장에 나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고, 같은 일족의 여자를 사랑했으니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죽었다센쥬에 의해.

나는 눈을 감고 자문한다.

이즈나의 연인이 죽었어센쥬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동생을 목표로 삼았거든. 그리고 이즈나는 쉽게 당하지 않으니까 이즈나의 연인으로 바꾼 거야그래서 이즈나는 어땠지이즈나는 슬퍼했어. 무척너는?

나도 슬펐어. 이즈나가 괴로워하는 건 싫으니까.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하고 생각 했어.

하지만 넌 죽을 수 없지?

맞아. 난 일족에서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했지?

나는 그애의 슬픔에 같이 슬퍼했고 그애의 분노에 동조했다. 그건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즈나가 울부짖으며 전장에 나서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내가 그애를 위해 나서도 말리지 않았다. 예전부터 우리는 그렇게 살았다. 슬프게도 잃을 수록 눈은 강해졌다. 나는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전생에 집착하고 있었나보다완전한 침묵 속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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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ㅁㄷㅎㅅ

2019. 4. 2. 00:32 from

*원작과 좀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게... 본편에 과거회상 나오기도 전에 써서 그래요ㅠ







꿈을 꾸었다. 어젯밤의 꿈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하시라마와의 인연을 떠올리라고 하면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까. 아마 사람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전국시대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재능만 있다면 아무리 어려도 전쟁에 투입된다. 그것이 모든 일족의 법칙이었고, 누구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어린 나에게는 앞으로 태어날 동생들까지 합해 네 명의 책임질 동생이 있었다. 게다가 일족과 아버지의 기대에 언제나 져버리지 않았으므로, 부담감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거역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적응을 하면-그것은 이기는 것이다-편해졌다. 연승을 거두고 있었을 때, 일족의 적이 나타났다. 당시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나, 조만간 싸워야 할 적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즈음, 만난 것이 센쥬의 나라고 할 수 있는 하시라마였다.

만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서로가 적임을, 서로가 똑같음을. 서로가 자신만이 안다고 생각했던 숲의 비밀장소에서 마주쳤던 날, 그 침묵과 두근거림은 커서도 잊지 못할거라 확신했다. 그만큼 첫만남은 간결하고도 강렬했다.

누군가 말했다.

안녕.

그리고 다른 한쪽이 대답했다.

. 안녕.

그리고 말은 없었다.

동시에 수리검이 날아왔다.

그 수리검에 맞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그렇게 생각 할 만큼, 소중하고도 증오스러운 만남이었다.

그것이 첫만남이었다.

장면은 바뀌어, 마지막으로 변했다.

그리고 마지막 만남은, 전장에서였다. 한쪽이 안녕, 하고 말하면, 다른 한쪽은 대답이 없었다. 다만 칼날을 비스듬이하여 상대에게 겨누었다. 그러면 상대도 무기를 고쳐 쥐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그럼에도 끝까지 싸웠고, 결국 패하고 말았다.

미안해.

마지막에 들었던 그 한마디는, 오히려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끝났다.

꿈에서 깼을 때, 나는 언제나처럼 식은땀에 온몸이 젖어 있었다.

몇 번째 꿈인지 기억도 안났다. 단지, 과거는 언제까지 나를 괴롭힐까, 그 생각만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그 기억은 내가 두 살 때 찾아왔다. 두 살. 분명 어린 아이였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나이였다. 하지만 기억이 찾아오고 그 사실을 인지하고 느낀 것은 허탈감이었다. 저번생의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싸웠는가. 차라리 기억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이후 다섯 살이 되는 현재까지 나는 전생에 관한 것을 철저히 숨겼으며, 떠올리기도 싫어했다. 하지만 언제나 꿈으로 찾아왔고,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고 뇌까린 적도 있었다.


현재까지 기억을 지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기억이 있기에 알 수 있는 것이야 있었지만, 그것은 정말 쓸모없는 것들 뿐이었다. 내가 살았던 시대는 전국시대. 그렇게 불리던 시대였으니 그대로 붙여졌을 것이다.

지금은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아예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에 닌자는 없었다. 가장 명확한 증거는 내가 차크라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의 몸이라지만 전의 나는 다섯 살 때 이미 전장에 나섰다. 금방 사륜안의 동력을 개안했었다. 그러니 아무리 몸이 둔하다 해도 지금쯤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어야 하지만, 그것이 안된다는 것은, 이곳은 닌자가 필요 없는 세계라는 뜻이다.

그래서 허탈했다. 전생에서 닌자가 아니었던 자들을 비웃었던 자신을 후회해야 했고, 그 결과가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니 말이다.


나는 과거의 내 기억을 떠올린 순간부터 내가 환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건 곧 또래보다 상당히 조숙하고, 아는 단어도 많고, 다른 사람의 눈에는 조금 특이한 아이다, 이렇게 비춰지고 있었다. 현재의 부모는 딱히 말썽도 일으키지 않고, 유치원에서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기에 별 말 없었다. 오히려 선생이나 다른 학부모에게 조숙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기쁜 듯 얼굴을 붉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겉과는 달리 나는 아직까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아직 한번도 살인을 해본적이 없고,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다. 부모와 같이 소파에 앉아 TV로 뉴스를 볼 때면 각종 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럴때마다 부모는 혀를 차며, 인간 말종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며 이내 말을 거두고 내 머리를 쓰다듬긴 했지만, 나는 그 뜻을 알고도 모른척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으면 되었다.


우습게도 지금의 나는 과거의 살인도 아닌, 전생의 살인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TV에서 하는 공포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면 되는데, 그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매일 악몽을 꾸는지도 몰랐다. 전생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이미 나에게는 악몽이었다.

그래도 가끔은 동생들이 꿈에 나왔다. 살육의 연속인 악몽같은 꿈에서도 실낱의 빛은 있었는지, 동생과의 행복했던 시간도 꿈에 나왔던 것이다. 분명 악몽이 아니라 칭할수도 있었지만,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나는 그것마저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창밖을 바라보면, 달이 떠 있었다. 내 방은 좁은 감옥이 아니었다. 딱히 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악몽을 떠올릴때면, 마치 감옥에 갇혀 전생의 죗값을 치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비춰지는 달빛만이 마치 동생들의 빛처럼, 내게 유일한 안식을 줄 수 있는 것이라 믿었다. 오늘은 보름달. 가장 악몽이 심할 날이다.


오늘 하루도 저물었다.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지, 온갖 상상을 다 해봤지만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죽었으면. 아니면, 전생의 동료들이라도 만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을 불가능하겠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기어 올라갔다. 엎드려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면 조금은 편해졌다. 제발 오늘은 악몽을 꾸지 않기를. 자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오늘은 꿈을 꾸지 않았다. 오랜만에 잠에서 깼을 때, 땀에 몸이 절어있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이제 끝인가? 하지만 몰랐다. 그것이 마치 고문을 시작하기 전, 괴로움을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


목소리를 내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책을 꺼내 읽었다. 부모는 아직 내가 글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것이, 나는 아직 태어난지오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아랫칸의 책장에서 집어든 책은 그림동화 책이었다. 내 방의 책장에는 온통 그림동화 뿐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조금 변형된 것이었다. 동생들에게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책을 몇장 넘기면 색색의 그림과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유아용으로 딱 적당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동화 따위가 아니다.

정말로 다른세계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데, 아직은 너무 어린 탓일까. 얼마 전 부모에게 말했다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역사책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크면 자력으로라도 알아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세권의 책을 읽었을 때, 부엌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다라.”

.”


특이하게도, 내 이름은 그대로 우치하 마다라였다. 우치하라는 성인것도 신기했는데 다시 같은 이름이라니, 어차피 다른 이름을 받았더라 해도 나는 인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같은 이름이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름을 불릴때면 순간적이나마 전생의 잔상이 떠오르긴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걸. 얼른 대답을 하고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 부엌으로 향했다.


이거, 오늘 만들어 본 반찬이야. 먹어볼래?”


엄마가 상냥하게 웃으며 물어왔다. , 하고 대답하고는 반찬을 젓가락으로 어설프게 집어 들었다. 엄마는 내게 젓가락질을 가르치려는 모양이라, 그런대로 따라주고 있었다. 맛을 평가하자면 괜찮았다. 원래가 음식솜씨가 좋은 것인지 여태 먹었던 모든 것처럼, 적당히 담백한 나물반찬이었다.


맛있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대답한 엄마는 다시 상냥하게 웃으며, 완성된 반찬을 반찬 통에 담았다. 약간 고개를 올려다 보면 보이는 그 모습은 벌써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엄마는 곧 나에게 심부름을 시킬 것이다. 하나, , . 속으로 숫자를 열 까지 세었다.


마다라. 부탁 좀 해도 될까?”


정확히 열을 세는 순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차피 할 일도 없고 그저 책을 읽거나 TV를 보면 되는 어린아이였다. 엄마의 말을 거절할 이유도 없고, 무엇을 시킬지 다 알고 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도 부탁할게.”


아마 엄마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심부름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간간히 유치원에 데리러 올 때 다른 아이의 엄마와 대화할 때마다 심부름이야기를 빼놓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게 굳이 자랑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문도 들었으나 이내 엄마가 건네주는 반찬통을 받으며 지웠다.


집 근처에는 고아원이 하나 있었다. 처음에 고아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엄마에게 그게 무엇이냐 묻자, 엄마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집이라고 답을 해주었다. 아마 엄마는 부모가 없냐는게 뭐냐는 질문도 생각한 것 같지만,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인술 대신에 과학이라는 것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 세계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싶었을 뿐이었다.


고아원. 고아가 가는 곳. 머릿속에는 이렇게 입력되었다. 엄마는 주말마다 고아원에 가서 고아원의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때로는 반찬이나 쿠키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고아원의 어른들은 매번 고맙다며 웃어주곤 했다. 매번 방문하는 것을 보고 있자, 나도 혹시 고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나에게 심부름을 시켜 고아원에게 음식을 갖다주는 것도, 나를 무척 아끼는 듯 한 엄마의 모습도, 사실 조금은 의심스러웠다.


엄마.”

?”

나도 고아야?”


고아원에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받을 때면, 매번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엄마는 아니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게 좋기도 했지만, 아직 혼란스러워 하는 나에게 안정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꼭 묻곤 했다.


아냐, 마다라는 이렇게 엄마, 아빠가 있잖아?”

!”


역시 부모는 다른 것일까. 전생에는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다녀와야지.


다녀올게요.”

, 조심해서 갔다와.”


반찬통을 들고, 현관문으로 뛰었다. 작은 손으로 현관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 잘 열리지 않자, 엄마가 대신 열어주었다. 문 밖으로 뛰어나가 잠시 뒤돌아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웃고 있었다. 다녀올게요, 속으로 말한 뒤, 문을 닫았다.

 

 


우리집은 주택이다. 처음에는 꽤 큰 집인지 알지 못했다. 전생에 나는 일족의 당주였기에, 집에 대한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어릴때부터 살던 집을 물려 받아 살았고, 일족의 다른 사람의 집 역시 비슷한 크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나의 아버지는 지위가 높은 것을 과시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소박한 쪽을 선호했기에, 여느 우치하의 집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크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 살고 보니 세삼 크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집이 작게 느껴졌다. 마음껏 달리며 수련 비슷한 거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럴 공간은 마당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때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집에서 십분거리에 있는 고아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우리집이 조금 큰 편인 것을 깨달았다.

고아원도 작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보이는 집이 작아보였을 뿐이다. 그것을 보고 나름 좋은 집에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서고 오분 쯤 걸으면 멀리서 고아원이 보였다. 어김없이 보이는 그곳을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거기에 사는 너희보단 내가 더 우월해. 괜히 비웃고 싶어졌다. 물론 절대로 입밖에 낼 생각은 없다. 그냥, 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이윽고 도착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선생을 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이거, 엄마가 전해 주랬어요. 하고 말하면 선생은 미안해서 어쩌지-라고 말하면서도 고맙다는 듯 받았다.


, 얼마전에 온 친구가 있는데, 너에게 소개시켜 줄게.”


어느 불쌍한 아이가 또 들어왔나 보다. 이럴때는 무슨 느낌이 들어야 할까. 사실 별 느낌은 들지 않았다. 거듭 떠올리지만 나는 전생에 집착하고 있었고, 전생에서 전쟁고아란 전쟁만큼이나 흔한 존재였다. 실제로 우치하에서도 전쟁 고아를 맡아 기르는 집이 곳곳에 있었다. 여기서는 고아원이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지만.


. 누구에요?”

얼마전에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셔서 이곳으로 오게 된 아이야. 너만큼이나 무척 똑똑한 아이 같았어.”


너만큼이나 무척 똑똑한 아이 같았어. 그 말을 나와 그 아이를 비교하는 것일까.


몇살이에요?”

너와 똑같이 다섯 살이야.”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전생에는 일족의 천재이자 역사를 만들어낼 정도로 대단했던 나였는데, 고작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비교당하다니. 선생은 그 아이를 칭찬하려고 한 말이겠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티는 내지 않고 보고싶어요, 하고 말하자 선생은 앞장서서 걸으며 안내했다.


이쪽이야.”

.”


선생을 따라 교실로 향했다. 고아원은 자는 방과 교실, 그리고 식당으로 나눠져 있었다. 교실 근처에 다가가자 어린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복도까지 울렸다. 왠지 빨리 만나보고 싶어졌다문이 열리고, 말했다.


얘들아. 마다라 왔어.”

진짜요!?”

마다라다-!”


그동안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표정관리한 것이 헛수고는 아니었는지, 아이들은 내가 부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좋아했다. 나도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순수한 아이들과 같이 있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따위는 사라지기 때문에, 속으로는 이곳에 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몰랐다.

여자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며 인사했다. 뒤이어 다른 아이들도 소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며, 소란의 중심지로 걸었다.


새로온 아이는?”

, 여기야!”


의자에 앉아 있는 모양인지, 어느 아이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그쪽으로 다가가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전생에 전장에서 느꼈던 그 느낌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소개할게. 얘가 마다라야.”


손을 들었던 아이는 뒤돌아 앉아있던 소년에게 말했다. 소년은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 대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부모가 있는 아이를 싫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년의 표정에 혐오감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머나먼 기억속에 감춰졌던 하시라마와의 첫 만남. 그것이 지금, 여기서 재현되고 있었다. 녀석은, 아무리 봐도 하시라마였다.

말도 안 돼.

 



먼 기억속의 하시라마는, 짧은 단발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마 무표정이었을 것이고, 녀석은 순수한 아이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로가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산의 비밀 장소에서 마주쳤을 때, 서로는 서로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 인연은 평생 가겠구나.


그 직감은 실제로 일어났고, 인연이 아닌 악연으로 발전하여 평생을 옭아매었다. 그럼에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밝은 느낌은 녀석에게서 사라지지 않았다. 나를 어둠에 비유하자면 녀석은 빛이었다. 적인 우치하는 물론이고, 마지막까지 싸웠던 나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주려고 했으니까. 그래. 어쩌면 내가 다시 태어나서 느낀 허망함은 녀석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하시라마를 다시 만난다면? 언젠가 한번 떠올려 보았다. 모든 것이 지난 지금 녀석을 다시 만나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한번 생각을 해봤다. 나는 환생을 했고, 다시 태어난지 오년이 지났다. 이 세계에 하시라마가 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나는 신이 아니라 한낱 인간에 불과하고, 권력이 조금 있었기에 우쭐했을 뿐이지 현재는 별 볼일 없는 꼬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눈앞에는 하시라마와 닮은 소년이 있었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정말로 하시라마인가? 확신은 아직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속으로는 이미 확신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분명 하시라마다. 이렇게까지 확신을 하는 것이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왜 나는 녀석을 확신하고 있지? 확신을 해서 뭐하게?

마치 나만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소년에게서는 말이 없었고, 나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서 소개시켜주는 아이들의 말따위도 들리지 않았다. 저 소년이 만약 하시라마가 아니라 해도 나는 그의 영혼을 타고났다고 믿을 것이다. 내가 우치하 마다라의 영혼을 타고 난 것처럼.


마다라?”

, ?”


소년이 나를 불렀기 때문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나는, 소년을 마주보았다.

 



아직 확신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없어야 했다.

우리는 다시 만나면 안된다. 내가 확신하고 있다 해도 만나서는 안된다. 내 이성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마다라, 라고 했지?”

.”

….

, 내가 아는 마다라 맞지?”


이때 난 확신했다. 이 소년은 분명 내가 알던 하시라마의 환생이라고.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를것만 같았다. 마치 처음 전장에 나간 것만큼이나 긴장되었다.

그래도 마주보는 눈빛에 굴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내가 가장 익숙했으니까. 그때와 똑같이 순수한 눈빛. 그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잊으려고 노력했던 나의 전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마다라? 얘를 알아?”


소년은 약간 기대하는 듯 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환생을 하고 처음 전생을 아는 사람과 만나서겠지. 멍청하긴. 감정을 숨기는 법은 기본인데. 속으로 비웃음을 날려주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몰라.”


그렇게 말하자 녀석의 표정을 썩 볼 만 했다. 마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전생의 내가 지었던 표정과 흡사했다. 이럴 리가 없을텐데, 하고 중얼거리는 입모양을 보고 속으로 실소했다. 모든 것이 끝났으니 내가 널 친구처럼 대해 줄 거라고 생각했나봐.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어쩌면 복수가 될지도 모르는, 전생의 악몽과 죗값은 이번 생에 다 치루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얘랑 나갔다 올게.

이렇게 말하고, 나는 하시라마-이미 확신하고 있었으니 더 이상 소년이라 부를 이유가 없었다.-보고 따라오라고 하고는 고아원의 뒷마당으로 걸었다. 작은 놀이기구가 있는 그곳은 아무도 없었다. 도착하고 나서 멈춰서자, 녀석이 주춤 하더니 이내 말을 늘여놓았다.


있지, 나 너랑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서 말이야. , 나 이름은.”

알아. 하시라마.”

?”


내 입에서 하시라마라는 이름이 나오자 하시라마는 상당히 당황한게 눈에 보였다. 나는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그 후, 녀석에게서 말은 없었다.

녀석은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반면 나는 말 할 이유가 없었다. 그동안 계속 억눌러 왔던 악몽이, 눈앞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의 원인은 내 눈앞에 나타난 녀석이고, 녀석에게 현재를 만든 어떤 이유가 있다 해도 나는 곱게 넘어갈 생각따위는 없었다.

녀석은 우물쭈물 거리더니 이윽고 말하기 시작했다.


, 그럼 아깐 왜...”

그것보다, 하나 물을게 있는데.”

?”

듣기론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고 하던데.”

, 그거.”


녀석은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주말이 되어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를 갔다고 했다. 녀석으로썬 그 가족이 마음에 들었는지 상당히 들떠있었고, 그로 인해 부주의했다. 그래서 피하지 못할 사고가 났다고 했다.

한심해녀석은 가족에게 정을 주었다는 거잖아전생을 알고 있으면서도자신의 죗값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는 악귀다, 전생의 죗값은 기억을 가진 채 환생이라는 것으로 내려졌다앞으로 평생 악몽에 시달려, 우리가 죽인 자들의 원한을 받아내야 한단 말이다.

그것이 아니라면녀석은 악몽을 꾸지 않는건가. ‘역사의 승리자이기 때문에나는 패배자라서 이렇게 된거고?

그렇다면, 내가 대신 죗값을 치루게 해주겠어.


그래, 그렇다면 넌 고아가 되었다는 거지?”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슨말을 할 낌새가 느껴졌는지, 똘망똘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녀석의 표정을 굳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거 다행이다. 난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데, 너만 좋은 생활을 했다니. 억울하잖아? 이젠 아무것도 남은게 없지? 다행이야. 너네 부모, 잘 죽었어. 덕분에 난 너한테 복수할 기회가 생겼고 말이야.”


그리고 나는 웃었다. 눈꼬리가 휘는게 느껴졌다. 정말로, 기쁜 듯이 웃었다.

나는 정말로 악귀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번 생에서 고통스럽게 지내야겠지.


전생에는 네가 더 위였어. 하지만 지금은 내가 위야. 어때? 삶이란 참 우습지 않아? 전생에 뭘 위해 그리 싸웠는지!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었는지! 우리에게 남은건, 이름밖에 없어. 가족도, 동료도, 명예도, 능력도 다 사라졌다고! 하지만, 지금 주어진 조건 하에서는 내가 더 우월해. 넌 고아고, 난 가족이 있어.”

…….”


다시, 첫만남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역으로 내가 위라는 것을 증명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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