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ㅅㅁㄷ

2019. 4. 2. 00:09 from



 그때 녀석이 내 뒤에서 칼을 찔러 넣은 것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살아있다. 만약 정면에서 찔렸다면. 아니, 내가 죽었는지 확인이라도 했다면 나는 진짜로 죽었겠지.

그 빗속에서 한참동안 쓰러져있다 겨우 깨어나 기다시피 움직여 향한 곳은 내가 마을을 떠난 뒤로 살던 산속의 폐가 같은 집이었다. 비는 계속 내렸고, 그 덕에 내 발소리는 묻힐 수 있었다. 집으로 향하면서 그 전투의 흔적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무슨 미련에선지. 어쩌면 뒤늦게 시체의 존재가 떠오른 녀석의 추격대가 따라붙을까 겁이 나서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추격대는 따라붙지 않았지만 더 심한 것이 따라붙었다.


어차피 모든 것을 버렸기에 호화로운 생활을 바라지는 않았다. 사실 더 이상 집의 존재조차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발견한 그 폐가는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폐가주제에, 겉으로는 다 쓰러져가는 모습임에도 안에서 몇 번 손을 보니 비도 거의 세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철철 흐르는 피를 옷을 찢어 간신히 지혈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 앞에는 녀석이 있었다. 거세게 내리치는 비 때문에 내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나를 이미 죽였다고 생각했기에 경계를 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은 있었다. 집 앞에서 문 앞에서 집을 빤히 보고만 있었다. 안이 보이는 것도 아닐 텐데도.

어째서 녀석이 내 집 앞에 있는 것이지? 내가 그 폐가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은, 나 이외에는 그 어떤 인간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 사람이 산다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 모습에 가끔 나조차도 돌아오면 놀라곤 했던, 그런 모습이었는데.


더 이상 싸울 힘은커녕 움직일 힘조차 없었기에 더 다가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 근처의 굵직한 나무에 기대앉았다.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거칠었다. 녀석이 얼른 떠나기를 기다렸다. 그저 녀석이 모든 싸움이 끝났으니 혹여 다른 습격이 있을까 탐색하는 것이길 바랐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힘이 생긴다면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그곳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내 몸은 녀석의 강함을 알고 있기에 자연스레 단검을 그러쥐었다. 녀석에게 들키면 녀석을 찌르기 위해서.


비는 계속 내렸고, 점차 의식도 옅어졌다. 역시 출혈이 문제였다. 집안에 들어갈 수라도 있으면 몸을 말리고, 붕대를 갈고, 휴식을 취하겠지만 고작 집에서 스무 걸음 남짓 떨어진 곳에서 이러고 있으니 한심해서 웃음이 나왔다. 물론 그마저도 힘들어 속으로 삼킬 뿐이었고.

도대체, 녀석은 언제 떠나려고 계속 비를 맞으며 서있는 것인가. 차마 나무 너머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사라지는 체온에 떨고 있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불이라도 피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따뜻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무의식적으로 손은 인을 맺고 있었다. 차크라만 불어넣으면 바로 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잠시 두 손을 보다가 천천히 인을 풀었다. 사실, 그때엔 남은 차크라도 없었다.


한 십오 분 정도 지났는지, 그제야 비가 멎기 시작했다. 분명 비가 그치면 나에게도 다행인 상황이지만, 혹여 빗소리가 사라지면 녀석에게 들킬까 한편으로는 걱정이 일었다. 당장 도망가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건 분명 두려움이었다. 바로 그 직전 이미 누군가에게는 죽어버린 인물이 되어버렸는데도, 두려웠다. 무엇이 그리 두려웠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윽고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둔.”


유난히도 떨리는 목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목둔이라니.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기술을 말하는가. 아예 집을 날려버릴 셈인가. 물론 주운 집인 만큼, 애착이 깊은 것은 아니다. 굳이 그 집이 아니라도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되고. 그러나 녀석의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냥 해본 소리인가? 녀석은 내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름에도, 나는 들킬까 겁나 숨을 참았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그렇게 거슬릴 때가 없었던 것 같았다.


숨을 몇 분간 참은 것 같았다. 숨이 막혀 가까스로 뱉어내어,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그쯤 되니 차라리 녀석이 집을 부수던, 태워버리던 원하는 대로 해버리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는 멎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내리고 있었다. 빗물에 씻어져버린 체온은 돌아오지 않아, 점점 더 온몸을 떨게만 됐다.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 물었다. 작은 신음하나 나올까 겁나 손에 쥔 검의 날을 보았다. 여기서 들키면, 그야말로 개죽음이라고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다시 몇 분 정도 지나자, 차라리 먼저 기습을 해버릴까 싶었다. 가장 좋은 상황은, 내가 이러는 동안 녀석이 떠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기습이 성공하는 것이다.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한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서 재빨리 기습한다면최대로는 녀석의 죽음, 최소한 치명상 정도는 입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녀석의 유일한 라이벌이자, 이 세계의 일인자, 혹은 이인자의 자리에 서게 되었던 나였다. 그럼에도 내가 처했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이기에 그런 판단을 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생각 좀 해봤는데, 다시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거니까 답은 구하지 않았다.


녀석을 죽이자. 못해도 나는 녀석에게는 죽은 사람 취급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멀쩡한 상태로 녀석을 기습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데, 이런 상태로 기습한다? 멍청아, 무슨 생각이야. 고통은 둘째 치고 녀석에게 다가가는 동안 기척을 숨길 상황이라도 돼? 아니, 그동안 숨이라도 참을 수 있냐고. 차라리 도망쳐. 살 확률은 그게 더 높다고? 그래. 분명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도망만이 살 길이다. 하지만, 지금 녀석은 내가 죽었으니, 뒤에서 나타날 리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잖아. 믿을 건 그것밖에 없어. 게다가, 이 장소는 나 외엔 아무도 몰랐던 곳이니까, 설마 누군가 나타나리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그러니까

어차피 살거나 죽거나.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일인자가 되든가 실패하던가.

그것 외엔 제대로 된 사고를 구사할 수조차 없었던지, 결국 도박을 하기로 했는지 일어서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때 들린 목소리는, 조금 전과 같았던 목소리였다.


……마다라.”


설마, 나를 알아 챈 것인가. 반사적으로 움찔거린 탓에 쥐고 있던 단검이 떨어질 뻔 했다. 가까스로 떨어뜨리지 않은 채 이를 악물고 숨을 들이켰다. 조용히 기습이 안 된다면, 차라리 당황시켜서 녀석이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죽여 버리자. 그것도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죽자고 생각하고 덤비자. 차라리 그렇게 해버리는 것이 나으리라.

지금, 지금, 지금? 무엇을 결정할 때에 이렇게 망설이고 두려워했던 적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까마득한 옛날,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임무를 받았을 때에도 이보단 쉽게 죽였다. 언제 기습해야 할지 알 수 없으니 점점 조급해져왔다. 아직 녀석이 뒤돌아있을까? 아니, 나를 알아챘나? 그럼,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하지만 다시 들린 녀석의 말에, 일순 멈추었다.


그 다음에 들린 소리는 발걸음 소리, 녀석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녀석은 내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을 결국 눈치 채지 못한 것인가. 결과적으로 나는 살았으니, 녀석이 눈치 채지 못했다는 쪽이 그럴싸했다.

녀석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녀석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장난으로라도 녀석의 소리는 떨리는 법이 없었다. 어렸던 나와 녀석이 같이 수련을 하다가 둘 다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개울에 빠져버리고 말아서, 자의는 아니었지만 온몸을 덜덜 떨었어야 했던 때. 그럴 때라도 녀석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저 말소리가 떨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그 강직함이 흔들린 적이 없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녀석의 목소리 뿐 아니라, 녀석이 내는 모든 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매번 절벽을 오르다 떨어져도, 그래서 발을 삐었을 때도, 우리가 갈라섰을 때도, 서로에게 칼을 겨뤘을 때도, 심지어 녀석이 나를 찌르는 그 순간에도.

녀석이 나를 죽일 각오로 찔렀던 그 순간에도.


그런 녀석의 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 발소리가 사라지고 나서, 나는 곧바로 내리 앉았다. 그때에 들고 있던 단검은 진흙 속에 파묻혔다.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이쯤 되면 알아차릴게 뻔한 상황이었다.

녀석은 그 집에 내가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소리는 처음으로 떨렸다.


조금 뒤 비는 멈추었다. 다시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생각하기조차 싫다.








5년 전에 썼던 하시마다에요 그때 좀 길게 쓰려고 했던거 같은데 왜 스토리정리를 안해놨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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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 :

ㅁㄷㅇㅈ

2019. 3. 31. 01:04 from




우치하 일족의 의식은 관계자 외에는 절대로 출입이 불가능한 장소였다. 오래된 신성한 목축건물의 안에는 신()의 대리자를 뽑는 의식이 거행되려 했다. 의식에 선택될 사람은 오직 하나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죽는다.’ 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곧 형제들의 싸움을 뜻하며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일인자만이 우치하의 권력을 손에 쥔다는 것을 뜻했다. 전 우치하의 신은 우치하 타지마였으며 그에게는 일곱 명의 자식이 있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후계자수업만을 받던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혹여 일어날 살육전을 대비해 그들의 호위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어린 이즈나는 막내였으며 고작 일곱 살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부분이 다섯 살에 발견하는 자신의 능력조차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으며, 당연히 눈의 개안도 하지 못했다. 그런 이즈나의 지지를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이즈나의 수업을 담당했던 자도 이즈나에겐 가능성이 없으며, 살아남기보단 빨리 죽는 것을 택하라는 말까지 했다.


가장 앞에는 계단이 있었으며 그 뒤에는 제단이 있었다. 넓은 마룻바닥에는 일인자를 뽑기 위한 형제들이 처음으로 모여 일자로 앉아있었으며, 그들은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비록 서로를 처음보고 있다지만 서로에 대한 능력은 들었기 때문에 탐색의 목적은 경계였다. 하지만 이즈나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얼른 죽기를하고 속으로 기도를 했다.

하지만 일곱의 형제들의 자리에 딱 하나 빈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는 이즈나보다 세 살 많은 형인 우치하 마다라의 자리였다. 마다라의 능력은 불이었으며, 다섯 살 때 이미 불을 다룰 줄 알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제법 있었다. 그 중에는 후가쿠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아들인 이타치가 대신해서 의식을 보러 왔다. 물론 가장 나이가 많은 첫째가 압도적인 숫자로 지지를 받았지만.


형제들의 뒤에는 그들의 호위가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이즈나는 자신의 호위겸 마다라의 호위인 히카쿠를 흘끔 보고는 속으로 걱정을 했다.


왜 마다라 형은 오지 않는 것이지?

왜 히카쿠만 있는 것이지?


가장 나이가 어린 둘을 맡게 된 히카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다른 호위들은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저런 표정을 짓는다 생각하여 그를 위로했다. 이즈나는 그 위로를 들으며 무력한 자신은 원망했다.


곧 장로들 다섯이 들어왔다. 우치하의 실세는 그들이나 다름없었다. 우치하의 대리자혹은 수장이라는 이름은 그저 이름이었고, 모든 명령은 그들이 내린다. 하지만 현대에, 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 능력자들의 일족은 드물기 때문에 여전히 대리자를 뽑고 있는 것뿐이었다.

장로들은 일()자로 앉은 형제들을 보다가 빈자리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서 빈자리가 있는 것이지?”

혹시 벌써 죽었나?”


장로들의 말에 대답한 것은 뒤에 있던 히카쿠였다.


마다라님은 곧 오실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장로들은 서로를 보며 수군거리더니 조금만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자 다른 형제들의 반발이 일었다. 늦은 것은 겁이 나서 참여의 의사가 없다며, 여태 수업을 받았으면 그쯤은 알 것이라며, 마다라는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로들은 의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형제들의 아버지인 타지마의 의식에도 장로들이 참여했기에, 전원이 있어야만 실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넷째가 히카쿠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넌 그녀석의 호위면서 그녀석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냐?”

죄송합니다. 저는 먼저 가라는 명을 받았기에 이곳에 와있는 것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답한 히카쿠를 보고는 넷째는 혀를 차더니 고개를 돌렸다. 곧 형제들은 수군거렸다. 서로의 능력에 대해 자랑을 하는 것인지, 경계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즈나는 그들의 관심이 저에게 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들은 곧 이즈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막내. 넌 무슨 능력이냐?”

, ? 저는 아직…….”

! 아직 능력조차 없단 말이냐? 일족의 수치로군!”


곧 형제들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즈나는 꾹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배웠으며, 그래야 한다고 마다라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즈나는 속으로 마다라를 걱정했다.


왜 빨리 오지 않는 거야. ?


마다라와 이즈나를 제외한 모든 형제들은 서로를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마다라와 이즈나만은 달랐다. 둘의 호위가 히카쿠여서 그런지 그들은 종종 만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마다라는 이즈나를 격려해주었고, 이마에 입술을 맞추기도 하며 애정을 표했다. 이즈나에게 마다라는, 좋은 형이자 자신을 구원해줄 신일지도 몰랐다.

이즈나는 마다라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언젠가 마다라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놀러왔었다. 막내인지라 좋은 집은 아니었고, 마당도 좁고 그저 석등 하나가 있을 뿐이었지만, 마다라는 아름다운 집이라며 칭찬했었다. 마다라가 사는 집은 좀 더 넓었을게 분명했다. 일족의 영토는 광범위하게 뻗어 있었으니까.


좋은 집이네. 히카쿠. 이 아이가 내 동생이야?

. 그렇습니다. 우치하 이즈나님이십니다.

흐음안녕, 이즈나? 난 우치하 마다라. 네 형이야.

─…?

. . 처음 만나지?


첫 만남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만 했었다. 이 수업이 너무 괴롭다며,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은 의식에서 가장 빨리 죽는 길을 택하라고 가르친다며 투정을 부리자, 마다라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즈나는 알지 못했기에 계속 투정을 부렸었다. 히카쿠는 마다라의 속을 알아차리고는 이즈나를 데리고 산책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때는 산책을 하고서 헤어졌다.

그 다음번에는 마다라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했었다. 마다라의 능력은 불이었으며, 원하는 곳에서 발화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심지어는 물 위에서도 불꽃이 일었기 때문에 이즈나는 무척 신기해했다.

그래서 이즈나는 종종 마다라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곤 했었다. 만약 자신에게도 신이 있다면 형일 거라고. 자신을 죽이고 일인자가 될 사람은 형일 거라고. 그럴 때마다 마다라는 이즈나는 내가 지켜줄게.’ 하고 웃어보였다.

이즈나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랬던 형이 이제와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칠 리 없었다. 히카쿠조차 이곳에 보내놓고 혼자서 도망칠 형이 아니다. 이즈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다라에 대한 비웃음도 계속되었다.


아니야. 형은 꼭 올거야!


하지만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능력도 있는 형제들에게 대들 수는 없었다. 이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꾹 참고 있었다. 조금만 귀를 귀울여도, 그들의 이야기는 금방 들렸다.


우리들 중 누가 살아남을지 기대되는군.”

내 능력을 얕보지 않는 게 좋아. 내 능력은 보통이 아니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 일족 자체가 우수하니까, 일반 멍청이들의 능력과는 비교도 안 되지.”

내 능력으로 너희 모두를 재울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할 걸.”

그나저나 여섯째 꼬맹이는 어디를 간거야? 듣자하니 능력도 있는데, 막내보다 더 겁쟁이 아냐?”

하하하, 아마 여섯째가 가장 먼저 죽을 것 같군!”


그들의 비웃음속에서 장로중 한 명이 말했다.


슬슬 시간이 되었군.”

안 돼! 아직 형은 오지 않았어!


이즈나는 속으로 외쳤으나, 시간의 중요함을 알기에 체념했다. 결국 형은 오지 않았고, 자신은 다른 형제의 손에 죽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히카쿠를 바라보자, 히카쿠는 아까보다 더 굳은 표정으로 이즈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즈나는 살짝 입가에 웃음을 띠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아무 능력이 없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


의식을 시작한다!”

잠깐!”


막 장로가 외칠 무렵, 마다라의 목소리가 안을 크게 울렸다. 드디어 형이 왔나 싶어 이즈나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호위들 때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호위들은 곧 양옆으로 길을 갈랐고, 마다라의 모습이 보였다.


, 저건!”


누군가 소리쳤다. 이즈나는 왜 소리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형의 모습을 보고는 아하는 탄식이 흘렀다. 형은, 마다라는 양 손에 검을 들고 있었다. 붉은색의 검 날을 가진 검과 푸른색의 검 날을 가진 검. 이즈나는 그 검을 알고 있었다.

태양의 검 아마테라스와 달의 검 츠쿠요미. 붉은 검이 아마테라스고, 푸른 검이 츠쿠요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즈나는 왜 저 검들이 마다라의 손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의식은 신에게 인정받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 살아남은 제물이 필요하겠지.”


그게 무슨 뜻일까. 마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는 곧 재빨리 뛰었다. 그리고 형제들의 뒤에 도착했다. 그제야 이즈나는 마다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마다라는, 형은, 붉은색의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눈은 매우 불길해보였다.

마치, 피를 흠뻑 머금은 것처럼.


히카쿠!”

!”


마다라가 크게 히카쿠를 부르자, 히카쿠는 재빨리 이즈나에게 다가와 이즈나의 허리를 한 팔로 둘러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른 호위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


이즈나가 의아함을 가득 담아 의문을 토해냈지만, 마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씩 웃으며 제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신이 되는 것은 나다.”


말을 마친 마다라는 곧바로 눈앞에 있는 형제의 팔을 베었다. 태양의 검 아마테라스로 베자 그는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 !”

제길, 이게 무슨 짓이냐!”


곧바로 형제들이 일어나 공격할 자세를 잡았다. 마다라는 한 번 장로들을 향해 시선을 주더니 곧바로 달려들었다. 거의 반미터는 넘을 듯 한 칼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차례차례 형제들을 베어갔다.

이것은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이즈나는 형의 처음 보는 모습과 마치 살육을 즐기는 듯 미소를 띠고 있는 표정에 덜덜 떨었다. 히카쿠는 그런 이즈나와 마다라를 번갈아 보면서 어제의 대화를 떠올렸다.


히카쿠. 나는 이즈나를 지킬 거야.

하지만 어떤 수로?

내가 모두를 죽이고, 대리자를 이즈나로 만들 거야.

그 뜻은 마다라님께서 죽으시겠다는 뜻입니까?

죽는 것도 맞지. 하지만 내 육체는 죽지 않아. 의식만 죽을 뿐이지.

그게 무슨.


츠쿠요미의 칼날이 또 다시 형제의 목을 베었다. 피가 뿜어지고 마다라의 옷에도 튀었다. 이미 전신이 피범벅이 되었지만 마다라는 다섯의 형제를 모두 없앨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 붉은 눈이 가끔 뒤를 돌아볼 때면, 이즈나는 저도 죽일 것 같아서 움찔거렸다.

전에는 형에게 죽임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이즈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만약 이것이 형의 진정한 모습이고, 여태 알아왔던 형의 상냥한 모습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연기를 했단 것이라면? 그런 생각이 들자 멍하니 형을 바라보았다.

남은 형제는 둘이었다. 한명은 팔이 잘렸고, 다른 한명은 복부가 베였다. 둘은 이즈나를 비웃던 형제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협력하기로 했는지 곧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더니 마다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얼어버려!”


팔이 잘린 자의 능력은 마다라와는 반대로 사람을 얼려버리는 것일까? 이즈나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의 목이 잘렸다. 마다라가 더 빠른 속도로 뛰어와 그의 목을 친 것이다. 목이 베이고, ? 하는 표정의 목이 하늘로 떠올랐다가 땅으로 떨어졌다. 목을 잃은 몸은 몇 걸음을 더 이동하다가 앞으로 엎어졌다. 이미 그런 식으로 베인 시체가 셋이었다.

그 다음은 복부가 베인 자의 차례였다. 마다라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그를 바라보자, 그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가 나무로 이루어진 벽이 등에 닿자 큭, 하는 신음을 흘리더니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더 다가오면 네 몸을 조각내버린다!”

조각내버린다? 우습군.”


시리도록 차갑게 말한 마다라는 아마테라스를 위로 뻗었다. 그리고 살육전의 다섯 번째 희생자가 시선을 위로 올리자, 다른 손의 츠쿠요미를 그의 복부에 던졌다. ! 하는 비음을 토해낸 그는 곧바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마다라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복부에 깊숙이 찔려있는 츠쿠요미를 뽑아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즈나 뿐인 상황이었다.

그곳에 모여 있는 살아있는사람은 장로 다섯, 호위 여섯, 살육을 펼친 마다라, 아직 살아있는 살육의 희생자가 돼야 할 이즈나, 그리고 형제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의식장은 싸늘한 침묵에 휩싸였다. 누구 하나 쉽사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만약 말을 잘못 꺼냈다가는 우치하 일족의 두 비검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마다라에게 목이 잘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마다라는 모두를 한 번 돌아보고는 오른 팔로 뺨에 묻은 피를 닦았다. 뺨에 피가 번졌다. 열 살의 소년이, 전쟁에 나선 전사 같았다.

마다라가 팔목에 묻은 피를 보고 있자, 장로중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우치하 마다라! 의식의 방식은 틀렸으나, 결국 너는 네 형제를 처리했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도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남은 하나가 저를 가리킨다는 것쯤은 이즈나도 알 수 있었다. 마다라는 이즈나를 보았다. 겁에 질린 동생을 한 번 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시선이 장로들에게 향했다.


내가 신에게 선택받아도 모든 걸 멋대로 결정지을 너희가 마음에 들지 않아.”

, 무슨!”


마다라의 말은, 장로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는 것과 같았다. 마다라는 몸을 완전히 장로들이 있는 방향으로 틀고는 한 걸음 옮겼다. 장로들은 곧바로 손목에 걸쳐있는 염주들을 풀고는 감고 있던 눈을 날카롭게 떴다.


우리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이런 괴물이 또 세상에 나타나다니.”


염주에 빛이 나더니 마다라의 주변에 봉인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장로들의 손에는 무기들이 들렸다. 검과 도끼와 몽둥이, 그리고 창과 부채. 그들은 진심으로 마다라와 싸울 준비를 한 것 같았다.


호오. 덤빌 테냐?”

네가 어디서 그 검들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평화를 위해 너를 봉인하겠다!”

평화라…….”


느릿하게 말한 마다라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는 봉인진의 글자를 튕겨냈다. 그 다음 츠쿠요미로 마룻바닥을 그어 봉인진을 끊어버렸다.


크흑!”


봉인을 담당하던 장로가 신음을 내자, 마다라는 곧바로 뛰어올라 봉인진에서 벗어났다. 두 장로가 마다라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장로에 있는 것이 헛실력은 아닌지 츠쿠요미와 아마테라스를 든 마다라와 대등하게 싸웠다.

그러나 마다라는 곧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노인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우치하 일족에서도 특별한 자에게만 나타나는 붉은 눈. 그 눈을 마주한 장로는 곧 움직임이 멈추었다. 마다라는 그 틈에 그에게 달려들어 목을 베었다.


커억!”


늙은 노인이 하나 쓰러지자, 다른 노인이 큭, 하는 신음을 냈다. 마다라는 지체 없이 뒤돌아 그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창을 든 노인은 검 날을 정확히 파악해 마다라의 검들을 막았다. 마다라도 귀찮은지 인상을 쓰고는 곧 기합을 냈다.


하아압!”


재빨리 위로 뛰어올라 한 바퀴를 돌면서 츠쿠요미를 아래로 던지자, 노인이 창으로 받아냈다. 그 틈에 아래로 떨어지면서 아마테라스로 노인의 목에 검을 찔러 넣으며 씩 웃자, 노인은 비통한 소리를 내면서 쓰러졌다.

마다라는 바닥에 박힌 츠쿠요미를 뽑아들고 남은 세 장로를 바라보았다. 벌써 장로 둘이 당해버리자, 그들은 제법 당황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전력으로 가야겠군.”


노인 하나가 중얼거리자 남은 두 노인이 끄덕였다. 마다라는 속으로 비웃고는 다시 그들을 향해 달렸다. 부채를 든 노인이 부채를 휘두르자, 큰 바람이 일어났다. 마다라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 틈에 몽둥이를 든 장로가 몽둥이를 휘둘렀다. 마다라는 두 검을 교차하여 막아냈으나 뒤로 튕겨졌다.


크윽!”


뒤로 몇 번 뒹군 마다라는 곧 일어나더니 검을 고쳐 쥐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고전인 것 같았다. 마다라는 흘긋 이즈나쪽을 보았다. 호위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어나 흔들리는 눈빛으로 마다라를 보고 있었으나, 히카쿠만은 당황하지 않고 이즈나의 허리를 잡고는 안전하게 지키고 있었다.

이내 마다라는 장로들을 보았고, 오른 손의 검지를 뻗었다. 큰 부채를 들고 있는 노인에게 손가락이 향하자, 그의 옷에 불이 붙었다. 그것은, 마다라의 능력인 발화였다.

마다라의 불은 일반 불과 달리 쉽게 꺼지지 않았다. 그래서 곧 부채를 든 장로의 온몸으로 옮겨갔다. 두 장로는 불에 타죽는 장로를 보며 혀를 찼다.


저 녀석의 능력은 불인가.”

그럼 내가 나서야겠군.”


한 장로가 한 걸음 앞으로 섰다. 마다라는 또 다시 시작될 살육전의 전초에 후우하고 숨을 내쉬다가 이내 앞으로 걸었다. , 세걸음 걷다가 뛰어가기 시작하자 장로는 합! 하고 기합을 하고는 입으로 물을 뿜어냈다. 마다라는 재빨리 몸을 틀어 옆으로 피했다. 장로들은 마다라가 드디어 한 걸음 물러섰다고 생각했는지 후후- 하고 웃었다.

마다라는 이번에는 물인가.’ 하고 작게 말을 내뱉고는 오른 손에 츠쿠요미를 쥐고 왼손에 아마테라스를 쥐었다. 그런 다음 다시 뛰었다. 물을 뿜는 장로가 앞을 막아서자 마다라는 킥, 하고 웃더니 위로 뛰어서 그를 넘었다.


아닛!”


그 다음 공중에서 오른 손의 츠쿠요미를 뒤에 있던 장로에게 던졌고, 왼손의 아마테라스를 아래에 있는 장로에게 던졌다. 몽둥이를 휘두르던 뒤에 있던 장로는 검을 쳐내었지만 물을 뿜는 장로는 등에 검이 꽂혀 쓰러졌다. 마다라는 착지를 하고는 쓰러진 장로에게 다가가서 검을 뽑았다. 질척이는 피의 소리가 온 공간을 울렸다.

하지만 등을 찔린 것만으로는 죽지 않았는지 쓰러진 장로가 으으하는 신음을 내자, 마다라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그 검을 장로의 뒷목에 박아넣었다.


!”


곧 장로는 몸을 들썩이다 멈추었고, 마다라는 검을 뽑고는 마지막 남은 장로를 보았다. 네명의 장로가 모두 죽어버리자 그는 참을 수 없는지 부들부들 떨며 마다라를 노려보았다.


네이놈! 이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죽을테니까.


그 말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다라는 비릿하게 웃으며 츠쿠요미를 고쳐 쥐었다. 남은 장로는 아마 체력적으로 강한 것 같으니까 무작정 돌진해서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장로가 쳐낸 아마테라스가 장로의 근처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도 주워야 했다.

우선 마다라는 자신의 능력을 떠올렸다. 원하는 곳에 불을 일으킬 수 있는 발화의 능력. 만약 잘 이용하면 죽은 장로처럼 불을 뿜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위험한 도박을 했다가 실패하면 끝이다. 자신의 목적은 이즈나를 우치하의 대표로 만드는 것이고, 자신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기에 꼭 이겨야 했다.

마다라는 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 아마테라스를 가리켰다. 그 주위에 불꽃이 일어나 아마테라스를 감쌌다. 이것으로 그 장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장로는 아마테라스를 주우려다 일어난 불꽃 때문에 약간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애송이.”

간다.”


마다라는 다시 뛰었다. 다리가 아파왔으나 참고 견뎠다. 장로도 몽둥이를 휘둘렀다. 츠쿠요미와 몽둥이가 맞물리자, 거대한 진동이 울렸다.


.”


그 진동은 온몸의 피 한 방울까지도 울려버릴 듯 강렬해서 마다라는 서둘러 검을 뗐다. 그리고 옆에 떨어져있는 불길에 들어서서 아마테라스를 주웠다. 마다라는 불에 타지 않는 것 역시 능력 중 하나이기에,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았다.


이것을 이용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마다라는 츠쿠요미의 능력을 생각했다. 달의 신의 검 츠쿠요미. 얼음의 힘을 가졌으니까 모든 것을 얼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이내 마다라는 언제든 공격할 자세를 잡았다. 장로도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몽둥이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앞쪽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이즈나는, 그저 멍하니 형을 보고만 있었다.


형을 응원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형이 죽는 것은 싫어. 하고 생각이 드니까 응원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번에는 먼저 장로가 달려왔다. 마다라는 몇걸음 크게 뛰다가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한바퀴 돌면서 아마테라스를 아래로 던지자, 같은 수에는 당하지 않는다는 듯 장로가 재빨리 뒤를 돌았다. 그리고 아마테라스를 몽둥이로 쳐내자, 마다라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츠쿠요미로 내리찍었다.

정확히 장로의 등에 향한 검에 장로는 으윽, 하는 소리를 내더니 고꾸라졌다. 곧 츠쿠요미의 칼날에 푸른 빛이 나더니 장로의 피를 식혔다. 서서히 죽어가는 장로를 보곤 마다라는 아마테라스를 들고와서 다시 한 번 목에 찍었다. 그 뒤 두 검을 집어 올리자 끈쩍한 피가 따라붙었다. 이미 온몸이 피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방해물은 없었다.

마다라는 제단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뒤를 돌았다.


이즈나. 이리오렴.”


이즈나를 부르는 형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그래서 이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종걸음으로 마다라에게 향했다. 가는 길에 쓰러진 시체를 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형 앞에 도착하자, 마다라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더 이상 소름끼치지 않았다.

마다라는 이즈나에게 츠쿠요미를 쥐어주었다. 유일하게 손잡이에는 피가 묻지 않았다. 사실, 손잡이에 묻을 피는 마다라의 손에 묻어버렸기 때문에 그부분이 깨끗한 것이었다.


이즈나. 이 검을 받아. 이젠 네 검이야.”

하지만!”

그리고 우치하의 지도자는 이제부터 너란다.”


그렇게 말하며 마다라는 다시 한 번 웃었다. 항상 이야기하던 형과 같은 모습에 이즈나는 저도모르게 끄덕일 뻔 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이건 한 사람만 살아남아야 한다고 들었어. 그럼 내가 아니라 형이!”

아니. 우치하의 리더는 네가 되야 해. 그리고 나는 죽겠지.”

우리가 싸워야 해?”


조금 울먹이며 이즈나가 묻자 마다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즈나를 뒤돌게 하더니 자신의 팔목에 걸려있는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어주었다. 그런 다음 이즈나를 이끌어 제단 아래에 섰다.


그 검은 츠쿠요미. 얼음의 검이야. 내 검은 아마테라스. 불의 검이지. 불은 얼음을 녹이지만, 얼음은 녹으면서 불을 이길 수 있어. 그렇기에 얼음의 검은 네가 맡아야 해.”

어째서?”


이즈나의 물음에 마다라는 씁쓸하게 웃었다.


다음의 나를 막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게 무슨 뜻이야?”

…….”


마다라는 말 없이 뒤돌았다.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붉은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이제부터 우치하의 주인은 이즈나다! 불만있는 자 있는가! 있으면 지금 결판을 내겠다!”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대답을 했다. 그러나 형제들의 호위를 맡았던 자들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마다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히카쿠가 그들의 앞에 나서서 말했다.


너희도 이제는 선택해라. 저분을 따를 것인지, 죽은 전 주인을 따를 것인지. 만약, 저분께 해를 가하려 한다면 내가 먼저 막아서겠다.”


그렇게 말하며 히카쿠는 허리의 칼을 뽑아들었다. 히카쿠의 실력은 호위들 중에서도 상위에 속했다. 그런 히카쿠가 어째서 지도자의 가능성이 낮은 여섯째와 일곱째를 맡았는가에 대한 의견도 여러개 있었다. 이제야 풀리는 의문에 그들은 하나 둘 고개를 숙였다.


우린 저분을 따르겠다.”


모두 고개를 숙이자, 히카쿠가 마다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다라는 다시 제단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의 신, 스사노오여.”


그 부름에 불의 검 아마테라스와 얼음의 검 츠쿠요미에서 각각 붉은빛과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곧 제단에는 거대한 귀신의 형태가 나타났다. 그것이 말했다.


누가 이번의 주인이냐.”

이 아이우치하 이즈나다.”


스사노오의 눈이 마다라와 이즈나에게 향했다. 이즈나는 그 날카로운 눈빛에 깜짝 놀라 검을 떨어뜨렸다. 곧 마다라가 다시 주워서 이즈나의 손에 쥐어주자, 스사노오가 말했다.


살아남은 것은 네가 아니냐.”

우치하의 주인은 이즈나다. 그것을 위한 제물은 나다.”

의식의 해방인가이 아이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스사노오의 말에 마다라는 씨익 웃었다.


물론. 나는 내 동생을 믿는다.”

…….”


이즈나는 과연 자신이 우치하를 이끌 수 있는가 생각했다. 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어리고 능력도 없다. 어쩌면 능력 자체가 없는 무능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형은 그런 자신을 일족의 장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어째서.”

난 널 믿어.”


이즈나를 향해 웃어준 마다라는 다시 스사노오를 보았다. 그리고 아마테라스를 높이 들며 외쳤다.


나 우치하 마다라의 의식을 제물로 하여 우치하 이즈나의 능력을 해방한다! 그대라면 가능하겠지!”


이즈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능력의 해방이라는 것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스사노오는 마다라의 외침에 크게 웃더니 좋다고 대답했다. 승낙을 받은 마다라는 다시 외쳤다.


히카쿠! 이즈나를 부탁한다!”

!”


히카쿠의 대답에 만족한 미소를 지은 마다라는, 계단을 올랐다. 이즈나는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 느끼고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의식은 뭐야? 어째서 형이 희생하는 건데!”

괜찮아. 그저, ‘지금의 나라는 존재가 사라질 뿐이야. 의식이 끝나도 나는 죽지 않아. 기억도 사라지지 않아. 그저, 내가 아닌 다른 우치하 마다라로 바뀔 뿐이야. 두 번째 마다라도 잘 부탁해. 이즈나.”

그런…….”


스사노오의 앞에 선 마다라는 이제 시작하자고 말했다. 스사노오는 계약의 내용을 읊었다.


네 정신을 대가로 우치하 이즈나는 그 능력을 개방하며, 네 정신을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 그 성격을 선택할 권한을 주지.”


스사노오의 호의에 호오하고 감탄을 내뱉은 마다라는 이내 킥킥 웃으며 말했다.


성격은 개차반에 구제불능에 항상 사고를 치는 놈으로 해줘. 하지만 우서순위는 이즈나이며, 결코 이즈나를 해할 수 없어. 만약 이즈나를 해하려고 하면 계약의 인이 반응하도록 해줘. 그리고 좀 더 정신력이 강한 녀석으로 부탁해. 나는 정신머리가 약해빠져서 더 이상은 한계거든.”

알겠다. 그렇다면 네 정신을 가져가겠다.”


이내 스사노오에게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즈나는 형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빛에 막혀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고, 이즈나는 비통한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어째서, 어째서야흐윽.”


마다라는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즈나가 무사하다는 생각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점점 잠이 몰려왔다. 눈을 감으면, 더 이상의 자신은 없고 새로운 자신이 대체되겠지. 하지만 후회는 없다. 비록 성격을 이상하게 만들어놔도 이즈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녀석이 될 테니까.

마다라는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안녕, 이즈나.

다음의 도 잘 부탁해.

 

스사노오에게서 나오던 빛이 사라지고, 그곳에는 기절한 마다라와 아마테라스의 검만이 남아 있었다. 지금이라면 우치하 마다라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다른 형제들의 호위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 앞에 서있는 히카쿠가 살기를 내뿜자 큭, 하는 신음을 흘리며 얌전히 있어야 했다.

히카쿠는 곧바로 이즈나에게 달려갔다. 이즈나는 푸른 검을 꼭 쥐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이즈나가 충격을 받은 것 갇다고 여긴 히카쿠는 우선 자신의 품에 이즈나를 묻었다. 곧 이즈나가 훌쩍였다.


형은사라지는 거야?”

마다라님은, 새로 태어날 것입니다.”


대답을 한 히카쿠는 이즈나의 손을 잡고서 제단으로 올라갔다. 피범벅이 되었던 마다라는 아주 깨끗한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그 옆의 붉은 검 아마테라스도 붉게 반짝이며 위광을 나타내었다.







예전에 팬북이 자의서까지 나왔을때... 마다라 이즈나 형제 말고ㅜ 우치하일족 나온게 히카쿠밖에 없어서 그때 히카쿠를 꽤 좋아했어서... 꽤 많이 썼던거 같아요... 뭔가 시리즈로 가려고 했었는데 한편 쓰고나니까 더이상은 모르겠고ㅜ 놀랍게도 현대물을 가장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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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 :

ㅇㅂㅌ

2019. 3. 31. 00:35 from

내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일 년 내내 비가 내린다는 마을이 있다는 것은 오래 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일 년 내내 안개가 끼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안개 마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때 오비토는 만약 휴가가 생기면 적어도 그 마을들에는 가지 않겠다며 스승과 동료에게 큰소리를 쳤다. 이제는 그 기억조차 희미해져, 스스로의 의지로 가기 싫었던 두 마을 중 하나인 비마을에 도착했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저질이라고, 그가 칭하긴 했지만 신체의 절반을 채우고, 아예 몸을 감싸기까지 한 가짜인간과, 그의 의지로 반을 채운 가짜인간도 있었다. 비마을이라는 이름답게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비가 온몸을 젖혔다. 그래서 미리 입고 온 후드의 모자를 썼다. 그 이전에 이미 가짜인간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오른쪽 눈만 빼고.

만약, 다른 상황이었다면 한 번쯤은 마을을 구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오비토는 계획에 첫발을 내미려는 상황이었다. 질척한 땅의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비록 한쪽 눈밖에 없지만, 그 웅덩이들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가 내리는 호수나 물웅덩이가 보고 싶어.

죽어버린 린. 언젠가 둘이서 이야기 했을 때, 그녀는 그것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비가 내리는 호수나 웅덩이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녀가 보고 싶다고 했던 모든 것을 대신 볼 것이다. 이 세계가 아직 존재할 때 까지는.

 

[오비토. 곧 도착해.]

 

오비토에게 감겨있던 가짜인간이 말했다. 오비토는 웅덩이가 보이도록 내린 시선을 올렸다. 비에 젖은 바위 뒤에 숨어서 절벽을 깎아 만든 아래의 세 명을 보았다. 오비토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주황색의 짧은 머리를 한 청년이었다.

 

“…예전의 나 같네.”

[…뭐?]

“…아니. 아무것도 아냐.”

 

오비토의 시야에 들어온 주황머리의 청년은 나머지 두 명에게 뭐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열심히 손까지 움직이면서 설명을 하자, 나머지 두 명은 고개를 젓기도 하고 끄덕이기도 했다. 열정적이다. 순간 든 생각에 오비토는 고개를 한 번 저었다. 그 다음에야 오비토는 나머지 두 사람을 보았다. 먼저 보인 사람은 푸른색 머리카락에 나쁘지 않은 인상을 가진 여자였다.

 

“…우리가 찾아야 할 녀석은?”

 

일단, 오비토는 푸른 머리의 여자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은 바로 알아차렸다. 아마 그녀는 자신의 그녀와 같은 역할이리라. 그 생각을 하고서 오비토는 잠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그녀가 덧없이 사라진 듯이 아마 저곳에 있는 여자 역시 언젠가는 사라지리라. 당사자들에게 전혀 미안함조차 없는 상상을 하고서야 가짜인간의 목소리에 대답을 했다.

 

[저기 붉은 머리 보여? 그녀석이 나가토야.]

“마다라의 진짜 눈? 윤회안?”

[응. 나가토가 아주 어릴 때, 몰래 눈을 바꿨지. 녀석은 자신의 눈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뒤로 가짜인간의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오비토는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나가토의 눈을 보았다. 한쪽 눈을 머리카락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쪽 눈은 분명히 보였다. 보랏빛이 감돌고, 나선무늬가 있는 눈. 윤회안.

 

“……이상해.”

[뭐가?]

 

가짜인간의 물음에 오비토는 짧게 침묵하더니 그냥, 하고 대답했다. 사실 우발적으로 나온 말이라, 오비토는 왜 이상하다고 말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뭐가 이상해?] 가짜인간의 물음에 오비토는 몇 초를 침묵하더니 가자고 말했다. 그 다음에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했다.

 

“나가토에게 접근하고, 녀석을 이용해서 미수를 모으자. 그 다음엔 마다라를 부활시키고.”

[…준비는 됐어?]

“…응. 가자.”

 

오비토는 감각이 있는 왼쪽 손으로 주먹을 한 번 쥐고는 걷기 시작했다. 뒤이어 가짜인간이 따라왔다. 빗소리에 걷는 소리가 묻힌 것인지, 세 명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을 때까지 셋은 눈치 채지 못했다. 비로소, 다가가서야 나가토가 오비토와 시선을 맞추었다.

 

“당신은… 누구죠?”

 

나가토와 접촉했다. 이제 이 순간부터 자신은 오비토가 아니다. 오비토라는 존재는 죽었고, 그녀가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는 그의 이름을 빌어야 한다.

오비토는 비가 내리지 않는 안으로 들어와서 말했다.

 

“우치하 마다라.”

 

 

 

─매일 같은 시간에 오겠다. 너도 결국은 이해하게 될 거야.

 

사실 그 말은 충동적으로 건넨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야 많기에, 그 말을 지키러 매일 찾아갈 수는 있었다. 어차피 계획을 위해서는 나가토가 필요했기에, 매일 만나러가서 협력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다신 오지 마라.’

 

그 주황머리의 남자가 한 말이었다. 계획에 중요한 것은 나가토인데도, 오비토의 눈에 먼저 들어왔으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인상을 준 남자였다. 왜? 스스로에게 되묻자 어딘가 답답한 이질감만 돌아왔다. 그리고 푸른 머리의 여자를 떠올리면, 그녀가 떠올랐다.

 

“도대체 왜?”

[투정은 그만하고, 비를 피하자. 오비토.]

 

가짜인간이 몇 번이나 비를 피하자고 요구해왔지만, 오비토는 듣지 않았다.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진짜로, 왜인지 알 수 없지만 답답하고, 기이한 느낌의 정체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주황머리는 이름이 뭐지?”

[야히코. 야히코야. 그건 왜?]

“여자는?”

[코난이었나… 그런데, 왜?]

 

자신이 아는 사람들과 이름이 중복되지는 않았다.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도 없었고. 아니, 색으로만 따진다면 비슷한 사람이야 있다. 하지만 그게 기묘한 느낌의 이유는 아닐 거라고, 오비토는 확신했다.

 

[오비토. 언제까지 있을 거야? 차라리 나가토에게 다시 찾아가지?]

“아니. 내일 갈 거야. 매일 찾아가겠다고 했으니까.”

[…그럼 비 좀 피하던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러게. 왜일까. 속으로만 내뱉은 대답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비토는 고개를 돌려 그 셋이 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 셋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아카츠키. 조직의 이름. 리더는 야히코. 하지만 능력은 나가토가 우위. 둘의 관계를 조율하고, 정보의 흐름을 조율하는 사람은 코난. 셋의 역할은 정해져 있었다.

 

“역할…인가.”

 

오비토는 실소했다. 알 수 없던 이질감은 일주일이 돼서야 겨우 풀렸다. 왜 야히코가 먼저 눈에 띄었는지, 왜 이질감이 들었는지, 왜 그들을 주시하게 되었는지.

 

“똑같잖아. 우리들이랑…….”

[뭐가?]

“역할이.”

[무슨 역할?]

“저 녀석들이랑 나랑.”

[…사륜안이랑 윤회안?]

“……아니.”

 

아마 가짜인간은 이해할 수 없으리라. 의지도 있고 육체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결국은 가짜라는 것인지, 가짜인간은 계속 되물었다. 그러니까, 뭐가 비슷하냐니까? 계속되는 질문에 오비토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아니, 이 몸이 되고 나서 시간이 조금밖에 흐르지 않았던 때. 차라리 그때라면 가짜인간의 질문에 답답해하면서 대답을 확실히 하거나, 화를 내거나 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대답할 기운조차 사라졌다. 깨달았다고 해야 할지,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고 해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은 알았다. 역할. 간단한 단어에 담긴 것을.

야히코는 오비토와 비슷했다. 생김새도 셋 중 유일하게 오비토와 비슷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성격이었다. 전쟁이 가득한 마을에서도 야히코는 평화와 이해를 주장하고 있었다. 쉽게 정의해서, 열정적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가토는 재능이 있다. 그 재능 자체는 본인의 것이 아니지만, 결국 모두가 나가토의 재능으로 알고 있으며 나가토는 그 재능으로 야히코의 뜻에 동조하고 있다. 코난은 그 둘 사이의 홍일점이며, 아마도 그들의 빛이라고, 오비토는 생각했다.

오비토 자신과 그녀 린, 그리고 카카시.

 

“…….”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까, 뭐라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더 이상의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마치 카카시가 린의 심장을 꿰뚫었을 때처럼이나 큰 충격 같았다. 세 명이라는 것에서, 알아차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들이 자신들과 같은 역할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말려야 하나? 지켜봐야 하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모르겠어.”

[뭘?]

“저 중 하나는 죽을 거야.”

[어? 무슨 소리야?]

“‘우치하 오비토’가 죽은 것처럼. 저 중 하나가 죽어야 나가토는 계획의 일부가 될 거야.”

[그럼 죽일까?]

 

역시 가짜인간의 사고로는 이게 한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가짜인간의 사고를 닮고 싶었다. 저 셋은 이미 가족인데, 자신에게 린과 카카시와 같이 소중한 존재인데, 그것을 알면서 죽인다? 그-마다라라면 그렇게 하라고 했겠지. 하지만 이해는 해줬을지도 몰랐다.

 

“세상은 잔인해.”

[…마다라도 항상 그 소리던데, 도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원래 세상은 약육강식이잖아.]

“…….”

 

여태 오비토가 나가토에게 한 말은 모두 그에게 들은 것들이었다. 그가 미래를 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딱히 스스로도 할 말은 없었고, 할 말이라고는 이 세계는 거짓되었다는 것뿐이니까 미리 할 말 좀 알려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매일 그곳에 있으면서 들었던 말들을 나가토에게 하며 설득을 시도한지 일주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은, 아직 자신이 인간의 마음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멈추면, 난 린을 만나지 못하겠지?”

[그야 당연하지. 아니면, 마다라의 의지를 잇지 않을 거야?]

“……아니. 린은 죽었어. 그리고… 녀석들은 결국 지키지 못 할 거야.”

[뭐야. 꼭 마다라 같은 말이잖아.]

 

점점, 가짜인간에게 대답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비토는 일부러 말을 늘리지 않았다.

 

 

똑같은 것을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당신, 또 왔어?”

 

나가토에게서 꽤나 질린다는 듯 들려온 말에 오비토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에 나가토가 이상하네, 라고 말하며 시선을 옮겼다. 몇 개월 째 계속되는 제의에는 정말로 말밖에 오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가토는 일단 하루에 한 번, 약속된 장소에서 대화만 나누고 돌아와서 코난과 야히코에게 또 다녀왔다는 식의 말만 들려주면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럴 줄 알았다.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다.”

 

항상 오비토가 나가토에게 하는 첫 음절은 ‘아직 생각이 바뀌지 않았나?’였다. 그래서 나가토는 또 그 말이 들려오겠다 싶었지만, 오늘의 오비토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소년은 좋아하는 소녀가 있었지. 소녀의 곁에는 소년과 소녀의 친구인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소년보다 강하고 책임감이 있었다. 그래서 소년은 남자아이를 이기고 싶어 했지.”

“…….”

“그들에겐 스승이 있었다. 그 셋이 만나게 된 계기도 스승의 제자가 되어서였지. 소년은 그녀를 만난 것이 생에 최고의 행운이라 여겼다.”

 

나가토는 벽에 기대서서 가만히 들었다. 오비토는 쉬지 않고 계속 말했다.

 

“두 소년은 라이벌이며 친구였다. 소년 둘과 소녀, 강한 소년과 재능이 있는 소년, 그 둘을 이어주는 소녀. 그리고 꿈이 있는 소년. 누구와 닮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

“……우리의 이야기인가?”

 

그 말에 오비토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나가토는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오비토는 그 자리에서 한 번 빙글, 돌았다. 여전히 삭막하기 그지없는 장소다. 아무 색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빛도 없는 장소. 이미 이 세계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

“별로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은 표정이군.”

“내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야.”

“……결론만 말하지.”

너는 네 동료를 지킬 수 없어. 네 동료 중 하나는 반드시 죽을 거야.

“……무슨 개소리야.”

 

나가토는 눈에 띄게 흉흉해진 분위기로 오비토를 노려보았다. 오비토는 소리없이 웃었다. 비웃음 같기도 하며, 순수한 웃음 같기도 하고, 허탈한 웃음 같기도 했다. 종래에 오비토는 결국 바깥으로 걸어가며, 멀쩡한 손으로 얼굴의 반을 쓸어내렸다. 이제는 웃음이 아니라 울음이 새나오는 것 같았다. 오비토는 울지 않았다. 웃지도 않았다. 그 모든 것은 속에서 이루어졌을 뿐이다.

 

 

 

 

나루토 연재 당시에... 아주 예전에... 오래전에... 몇 년 전에... 썼던 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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